밤 10시, 폰을 놓지 못한 손

‘문제적 스크린 사용’이 위험 신호와 맞닿았다

by 전의혁

아이의 화면이 조용해지면, 마음이 먼저 안도하는 밤이 있다.


식탁 위 충전 케이블을 정리하다가도 알림 소리에 고개가 돌아간다.
휴대전화 불빛이 이불속까지 들어가면, 나는 “이 정도는 다들 그렇지”라고 먼저 말한다.
그 말이 편해서, 더 자주 꺼내게 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멈춰야 할 순간을 놓칠까 봐 먼저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잠이 늦어지던 주에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그만하자”가 늘 한 박자씩 늦어지는 편인가?


20260217 _ 사춘기 전 스크린 중독, 청소년기 정신건강 적신호 _ 2.png


2월 11일 《미국 예방 의학 저널》에 실린 연구는, 그 불안을 숫자로 끌어온다.
휴대전화, 소셜미디어, 비디오 게임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사춘기 이전(11~12세) 아이들에서 문제가 더 흔했다.
우울증, 수면 문제, ADHD도 그 안에 있었다.
자살 행동, 품행 문제, 물질 사용도 함께 보고됐다.


이 연구는 ‘원인’을 단정하기보다, 함께 나타난 연관성을 본 결과다.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멈추지 못해서 흔들린다.


주저자 제이슨 나가타는 문제적 스크린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로 설명했다.
줄이려 해도 잘 안 된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늘고, 학교나 가정에서 문제가 시작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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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을 끊으면 금단 같은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같은 만족감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기도 한다.
끊었다가 다시 돌아가는 재발도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분석은 연방정부 지원으로 진행 중인 청소년 발달 장기 연구에서, 8,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아이들은 11~12세 시점의 사용 양상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설문으로 휴대전화·소셜미디어·비디오 게임 사용이 ‘문제적’인지 평가했다.
그 뒤 추적 관찰로, 이런 양상이 이후 건강 문제와 함께 나타나는지 살폈다.


결과는 한 방향으로만 밀지 않았다.
문제적 휴대전화 사용, 문제적 소셜미디어 사용, 문제적 비디오 게임 사용은 여러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우울증, ADHD, 품행 문제, 자살 행동, 수면 문제가 그 범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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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휴대전화나 소셜미디어 사용이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은,
음주, 흡연, 대마 사용 가능성도 더 높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같은 ‘스크린’이라도, 총시간과 통제 불가는 결이 달랐다.


나가타는 “모든 스크린 시간이 해로운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진짜 위험은 사용이 중독적이거나 문제적이 될 때라고 했다.
멈추지 못하고, 못 하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수면·기분·일상을 방해하기 시작할 때다.


그는 또 문제적 스크린 사용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이,
과거에 보고된 ‘전체 스크린 시간’의 연관성보다 더 강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구는 어른과 디지털 미디어 기업이 개입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가정과 플랫폼이 앱과 소셜미디어의 중독적 기능을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용 패턴은 수정 가능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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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문장을 읽고, “끄자”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화면이 아니라 멈추는 연습일 수 있으니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하지 않다.
“얼마나 봤니” 대신 “멈추기 어려운 순간이 언제였니”를 먼저 묻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이름 붙이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다.


만약 ‘죽고 싶다’는 말, 자해 시도, 극단적 절망 같은 위험 신호가 보인다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의료진이나 상담 전문가와 함께 즉시 안전한 도움의 경로를 잡아두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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