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에서 멈춘 유아식 코너

미국 유아식 71%가 ‘초가공’이라는 연구

by 전의혁

아기 간식을 고르다 손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


유아식 코너 앞 조명이 유난히 하얗다.
파우치 포장은 귀엽고 “간편”이라는 말은 더 크게 보인다.
그런데 성분표를 뒤집어 보는 손끝이 잠깐 망설인다.


그건 까다로움이 아니라 첫맛이 평생을 건드릴까 봐 생기는 조심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날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장바구니에 넣기 전에 한 번 더 뒤집어 보는 편인가?


20260217 _ 유아식 초가공식품 71%, 편의성 뒤의 위험 신호 _ 2.png


새 연구는 그 망설임이 과한 걱정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학술지 《뉴트리언츠》 2월 9일 자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유아식의 거의 4분의 3이 초가공식품(UPFs)으로 간주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미국인들이 아기에게 사실상 정크푸드에 해당하는 음식을 먹이고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유아식 코너는 편의성 쪽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초가공 유아식이 설탕과 소금이 많을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향미를 더하거나 질감을 바꾸는 성분, 색을 내는 성분 같은 산업적 재료들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주저자 엘리자베스 던퍼드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산하 국제보건연구소의 연구 펠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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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퍼드는 영아기가 평생의 식습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시기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달고 짠맛, 첨가물이 많은 음식에 이른 시기부터 노출되면 건강하지 않은 기호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동에서 UPF 섭취가 많을수록 이후 삶에서 심장 및 대사 질환과 연관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가능한 한 덜 도입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미국의 대형 식료품 체인 10곳에서 판매되는 영아 및 유아 식품 651개 제품을 분석했다.
초가공식품은 ‘전체 식품(whole foods)’에서 추출한 물질을 조합해 만든 제품인 경우가 많다.
또 더 맛있고 더 매력적으로 보이며 보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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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표준 분류 체계를 사용해 각 제품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
이 분류 체계는 가정 주방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첨가물이나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를 평가한다.
예로 고과당 옥수수 시럽, 가공유, 기계적 분리육, 유화제 등이 언급됐다.


분석 결과, 식료품점에서 발견된 유아식의 71%가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초가공 유아식이 더 건강한 선택지에 비해 설탕은 두 배, 나트륨은 상당히 더 많이 포함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초가공 유아식에서 105개가 넘는 고유한 첨가물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숫자는 작게 보이지만 목록은 길게 남는다.


가장 흔한 첨가물은 향미증진제(36%), 증점제(29%), 유화제(19%), 색소(19%)였다.
던퍼드는 특정 첨가물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증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화제, 증점제, 안정제는 장 기능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고, 합성 색소는 아동의 행동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미용적 첨가물’ 사용이 특히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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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별로 보면 더 선명해진다.
간식 크기 제품의 거의 대부분(94%)이 초가공식품이었고, 그다음은 일반 크기 포장(86%), 파우치(73%) 순이었다.
연구진은 파우치 형태 유아식의 판매가 2010년 이후 거의 900%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던퍼드는 유아식 코너가 영양보다 편의성을 우선하는 초가공 제품이 점점 더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와 간식이 실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개 더 많이 가공된 제품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더 나은 영양 표시와 유아식에 대한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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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작다.
성분표를 한 번 더 보는 것.


던퍼드는 알아보지 못하는 성분이 보인다면 자신은 그냥 내려놓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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