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모유수유가 ‘노년의 또렷함’과 연결된다는 연구
아이를 낳고 나서, 머리가 내 것이 아닌 날이 있다.
새벽에 수유등을 켜면 방 안이 희미하게 밝아진다.
아기 울음이 멈추는 순간을 기다리며 나는 손에 쥔 물컵을 어디에 뒀는지 잠깐 잊는다.
그 멍함은 브레인 포그, 흔히 ‘엄마 뇌(mommy brain)’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다시 자리를 잡는 시간에 가깝다.
나도 그런 장면을 여러 번 보았고, 특히 출산 직후 몇 주는 더 그렇다고들 한다.
혹시 당신도 “요즘 왜 이렇게 멍하지”라는 말을 삼킨 적이 있나?
그 멍함이 끝이 아니라 노년기의 또렷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진은 임신과 모유수유가 폐경 후 여성의 더 강한 인지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잠깐 흐릿해져도 더 오래 또렷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임신과 수유에 보낸 시간이 길수록 나이가 들면서 지적 기능과 언어·시각 기억이 더 좋은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UCLA 인류학 부교수 몰리 폭스가 이끈 연구팀은 약 70세 전후부터 시작한 7,000명 이상의 여성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은 뇌가 어떻게 노화하는지를 보기 위해 최대 13년간 추적 관찰됐다.
이 연구의 출발점은 질문 하나였다.
여성은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불균형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성이 더 오래 산다”는 사실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폭스는 여성에게 작동하는 보호 요인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중보건 홍보나 임상 중재를 더 높은 위험군에 집중하면 노력 자체를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과는 숫자로도 나타났다.
임신 기간이 한 달 추가될 때마다 여성의 전반적 인지 능력 점수는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유수유에서도 유사한 이점이 관찰됐고, 특히 언어 기억과 시각 기억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개별 변화 폭은 작았지만 연구진은 그 수준이 다른 잘 알려진 보호 요인들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작은 차이가 큰 병에서는 커진다.
연구진은 모성이 제공하는 ‘뇌 기능 강화’ 효과가 금연이나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것에서 얻는 이점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처럼 치료가 어려운 질환에서는 이런 작은 위험 변화도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출산 후 수개월 동안 브레인 포그가 흔하지만, 이번 연구는 일시적 저하가 장기적 회복탄력성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부 결과도 함께 제시됐다.
최소 한 번이라도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의 인지 점수는 한 번도 임신한 적이 없는 여성보다 0.60점 더 높았다.
모유수유를 한 여성은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인지 점수가 0.19점 더 높았고, 언어 기억 점수는 0.27점 더 높았다.
이 향상이 왜 나타나는지는 아직 더 살펴봐야 한다.
연구진은 대규모 호르몬 변화가 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도록 ‘재배선’하는 결과일 수도 있고, 사회적 요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갖는 일은 더 많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지지적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런 관계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 건강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폭스는 다음 단계를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런 생식 패턴이 노년기의 더 나은 인지 결과로 이어지는지 밝혀낼 수 있다면, 우리가 관찰한 자연적 효과를 닮은 개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신약, 기존 약물의 다른 적응증 전환, 또는 사회 프로그램 같은 방식이다.
오늘 누군가 “요즘 머리가 멍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말을 조금 다르게 들을 것 같다.
그 멍함이 당신의 부족함을 뜻하는 게 아니라 몸이 자리를 다시 잡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내는 더 또렷한 노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