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폐경 HRT 6종 ‘박스 경고’ 제거
폐경 이야기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움찔하는 날이 있다.
약국 카운터 위에 안내문을 펴두고 나는 “호르몬”이라는 단어에서 잠깐 멈춘다.
안면홍조 같은 증상도 그렇지만 라벨의 경고 문구가 표정을 더 빨리 바꾼다.
같은 약인데 도 굵은 테두리 하나가 선택을 바꾸는 걸 여러 번 봤다.
그건 무지해서가 아니라 ‘혹시’가 너무 구체적으로 들리는 순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이걸 먹어도 되나”라는 질문이 오래 붙어 있던 때는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증상보다 경고가 먼저 떠오르는 편인가?
이번엔 그 ‘굵은 테두리’가 사라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폐경 여성의 호르몬대체요법(HRT)에 오랫동안 적용돼 온 가장 강력한 경고를 해제했다.
FDA는 폐경 여성에게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제 6종의 라벨링에서 유방암, 심혈관 질환, 치매와 관련된 가장 강력한 경고를 삭제했다.
‘블랙박스 경고’라는 말은 생각보다 사람을 빨리 멈추게 한다.
그래서 경고가 바뀌면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이 결정은 수개월에 걸쳐 진행돼 왔다.
FDA 국장 마티 마카리는 11월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HRT를 막아왔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 라벨링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발표했다.
FDA의 요청에 따라 29개 제약회사가 라벨 변경안을 제출했다.
마카리는 “여성들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는 폐경 증상을 겪는다”라고 말했고, 이번 노력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학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HRT는 호르몬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심혈관 사건과 암 위험 증가를 강조하는 경고가 붙어 있는 동안 처방은 늘 자연스럽게 이어지진 않았다.
이전 라벨링은 심혈관 질환과 치매 ‘예방’을 위해 에스트로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해 왔다.
경고는 이유가 있었고, 기억도 길었다.
이전 라벨링은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 이후 마련됐다.
폐경 후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평가한 대규모 연구는 심장질환과 유방암 위험 증가를 확인한 뒤 2002년에 조기 종료됐다.
에스트로겐 단독 시험군도 뇌졸중 위험 증가가 관찰되며 2004년에 조기 종료됐다.
그런데 이후 다른 연구들은 결과가 엇갈리거나 때로는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 결과 HRT의 위험과 이점을 둘러싼 논쟁은 더 길어졌다.
일부 단체와 의학 협회는 더 폭넓은 사용을 지지해 왔지만 가능한 위험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고하고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다시 꺼내 들었다.
“나에게 지금 어느 쪽이 더 큰가.”
오랫동안 경고에 비판적이었던 마카리는 자신의 저서 『사각지대(Blind Spots)』에서도 그 견해를 강조해 왔다.
그는 7월 HRT의 위험과 이점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패널을 열었고 다양한 배경의 12명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대체로 호르몬 치료에 긍정적 견해를 보였고 FDA에 라벨 변경을 촉구했다.
마카리는 “과학 문헌에 대한 포괄적 검토”를 거친 뒤 여러 형태의 호르몬 치료제 라벨링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라벨을 바꿀 때는 새로운 안전성 데이터를 엄격하게 검토하는 FDA 자문위원회 논의가 포함된다.
이번 업데이트는 그 절차와 결이 다르게 진행됐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FDA는 무작위 연구에서 폐경 시작 후 10년 이내이면서 60세 이전에 HRT를 복용한 여성이 전체 사망률과 골절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라벨은 바뀌었지만, 질문은 남는다.
새 라벨링이 적용되는 첫 번째 치료제군에는 전신 복합요법, 프로게스토겐 단독, 전신 에스트로겐 단독, 국소 질 에스트로겐 제품이 포함된다.
같은 ‘호르몬’이라도 형태가 다르고 쓰는 자리도 다르다는 말이 이 대목에서 더 또렷해진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결론이 아니다.
경고가 사라졌다는 소식 앞에서 먼저 내 증상과 불안을 한 장에 적어 보는 것.
약을 시작하거나 멈추는 결정은 사람마다 다르니 내 상황의 위험과 이점을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다시 펼쳐보는 쪽이 마음을 덜 흔들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