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가 흐려질 때 마음도 흔들린다

난청과 인지 저하를 잇는 뇌의 ‘FSR’

by 전의혁

대답이 한 박자 늦어지는 날이 있다.


저녁에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손끝이 조금 서늘하다.
조용한 실내에서 냉장고 모터 소리만 또렷한데, 정작 사람 목소리는 자꾸 멀어진다.
“방금 뭐라고 했지”를 되묻는 횟수가 늘면, 나는 먼저 내 집중력을 의심하곤 한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소리가 먼저 멀어진 뒤 따라오는 헛갈림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피곤한 날일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말끝이 뭉개지는 순간, 머리가 먼저 낡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나.


소리가 흐려지면 생각도 흔들릴 수 있다.


20260221 _ 난청, 인지 저하를 잇는 뇌 변화, FSR가 답일까 _ 2.png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난청과 인지 저하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둘 사이를 잇는 기전은 늘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는 그 빈칸을 “뇌에서의 공통된 변화”로 채우려 했다.


노인성 난청은 노화 관련 난청의 한 형태다.
양쪽 귀에 영향을 미치고 고주파 영역의 말소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기 쉽다.
예를 들면 “ch”, “f”, “p”처럼 무성 자음이 먼저 흐려진다.


연구진은 50~74세 참가자 110명을 비교했다.
노인성 난청이 있는 사람 55명과 대조군 55명이었고, 난청군은 경도 35명, 중등도 19명, 중증 1명이었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관찰했고, 청각과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검사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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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뇌의 ‘기능’과 ‘구조’를 한 번에 본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기능-구조 결합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기능-구조 비율(FSR)을 제안했다.
뇌 기능은 저주파 변동의 진폭(ALFF)으로 평가했다.
뇌 구조는 회백질 용적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평균 ALFF 신호를 평균 회백질 용적으로 나눠 FSR을 계산했다.


FSR은 뇌가 버티는 “비율”에 대한 이야기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노인성 난청이 있는 사람에서 청력 역치가 악화되고 언어 인지 검사 수행이 나쁠수록, 특정 뇌 영역의 FSR이 더 낮았다.
또 같은 뇌 영역에서의 FSR 감소는 청각-언어 학습과 의사결정 등을 포함한 여러 인지 검사 점수 저하와도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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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주목한 변화는 ‘소리 처리’와 ‘기억·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부위에서 함께 나타났다.
소리를 처리하는 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가비핵과 방추상회가 포함됐다.
의사결정과 기억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쐐기소엽과 내측 상전두회도 있었다.
저자들은 핵심적으로 “감소된 FSR이 악화되는 청력 역치와 인지 장애 모두와 상관관계를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연구는 특정 시점의 관찰이다.
그래서 뇌의 기존 변화가 난청을 부르는지, 난청이 뇌의 구조와 기능 변화를 이끄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저자들은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난청과 인지 저하 사이의 생물학적 “가교”를 확인했다고 믿고 있다.


보도자료에서 연구 저자 닝 리는 청각 건강을 보존하는 것이 뇌의 온전함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의 코트니 뵐커는 난청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인지 기능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보청기나 인공와우를 통해 난청을 치료하면 인지 기능은 증가하고, 사회적 고립과 우울은 감소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치료되지 않은 난청은 사회적 고립, 우울, 불안,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지 저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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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요즘 왜 이러지”라는 말이 먼저 나오면, 잠깐 시선을 옮겨도 좋겠다.
내 마음만 탓하기 전에 귀가 보내는 신호부터 한 번 떠올려보는 것이다.


검사나 치료, 보청기·인공와우 같은 선택은 개인차가 크니 의료진과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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