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마라톤이 적혈구에 남기는 ‘누적 스트레스’
가끔은 “잘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몸보다 먼저 앞서간다.
새벽 러닝화 끈을 묶고 손목시계 배터리를 한 번 더 확인한다.
숨은 괜찮은데 목이 한 번 잠기고, 나는 물병을 한 모금 더 챙긴다.
그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버티려는 몸이 조용히 값을 치르는 순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거리가 길어질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오늘은 오래 달려도 괜찮겠지”를 습관처럼 말하는 편인가?
2월 18일에 보고된 새 연구는, 그 스트레스가 적혈구에 먼저 쌓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극한의 지구력 러너들이 경기 중 정상 적혈구가 손상되고 붕괴되며, 그 결과 빈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하나였다.
거리가 길수록 손상도 더 커졌다.
달리기는 근육만의 일이 아니다.
숨이 차는 동안, 몸 안에서 ‘운반’ 역할을 하는 세포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의 세계적 수준 달리기 대회 두 종목에 참가한 선수들의 경기 전·후 혈액 샘플을 비교했다.
25마일(40km) ‘마르티니-콩브-아-샤모니’ 레이스에서 11명, 106마일(171km) ‘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 레이스에서 12명의 샘플을 채취했다.
참고로, 일반적인 마라톤은 26.2마일(42.195km)이다.
연구팀이 집중해 본 건 산소와 영양소, 노폐물을 몸 전체로 운반하는 적혈구의 변화였다.
적혈구는 작은 혈관을 통과하려면 유연해야 하는데, 지구력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그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장거리 달리기 중 혈압 변화, 염증, 산화 스트레스가 적혈구 손상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거리가 쌓이면 손상도 쌓인다.
손상 양상은 25마일 레이스 이후에도 분명히 관찰됐고, 106마일 레이스에서는 더 증폭됐다.
제1 저자인 콜로라도대학교 앤슈츠 의대 트래비스 네므코프는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거리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그 손상이 정말로 본격화되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장거리 달리기가 적혈구의 가속 노화와 붕괴를 유발하고, 주행 거리가 늘수록 파괴가 누적된다고 밝혔다.
거리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은 더 많은 적혈구를 잃을 수 있고, 혈중을 순환하며 남아 있는 적혈구에도 손상이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연구가 솔직해진다.
이러한 적혈구 고갈이 단기 또는 장기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진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네므코프는 손상을 관찰했지만 회복에 얼마나 걸리는지와 장기적 영향이 남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모른다는 말이, 가장 정확한 결론일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러너만의 것이 아닌 이유가 있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가 지구력 선수뿐 아니라 수혈이 필요한 일반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관 혈액은 몇 주만 저장해도 분해가 시작되고 6주가 지나면 수혈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선수에게서 얻은 통찰이 혈액 기증과 보존을 더 잘하는 방법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석 연구자인 안젤로 달레산드로는 적혈구가 회복력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기계적·산화적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다고 말했다.
극한의 지구력 운동이 적혈구를 가속 노화로 몰아가며, 그 기전이 혈액 저장 중 관찰되는 현상과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연구진은 더 많은 참가자와 경기 중·경기 후 추가 혈액 샘플로 이번 연구를 반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록을 한 줄 남기는 일이다.
다음 장거리 달리기를 앞두고 있다면 ‘완주’ 말고도 내 몸이 받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한 번 떠올려 보자.
불안이 커지는 순간이 있다면, 검진이나 치료, 운동 계획 조정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할 때 의료진과 상의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