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한 통 앞에서 오래 멈춘 밤

‘분유 개혁 작전’이 분유 기준을 다시 쓴다

by 전의혁

아이 먹일 걸 고를 때 마음이 먼저 작아지는 날이 있다.


퇴근길에 약국 불을 끄고 편의점에 들렀다.
분유 코너 앞에서 가격표를 한 번 쓸어보고, 통의 뚜껑을 괜히 만져본다.
“그냥 잘 먹이면 되지”라는 말이 목 끝에서 멈춘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혹시’를 지키려는 조심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특히 ‘생후 첫 6개월’이라는 말이 들릴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라벨을 두 번 읽는 편인가?


20260224 _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 개편 _ 2.png


그 시기 많은 영아가 칼로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유에서 얻는다.
그런데 정작 그 병 속을 규정하는 연방 규정은 수십 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3월 출범한 연방 이니셔티브 ‘분유 개혁 작전(Operation Stork Speed)’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을 현대화하겠다는 취지다.


‘Operation Stork Speed’를 직역하면 ‘황새 작전 속도전’이라는 말이다.
'Stork(황새)'는 서양에서 아기를 물어다 준다는 전설 속 새로, 여기서는 영아 분유를 상징한다. 'Speed'는 빠른 개혁 추진을 뜻하고, 'Operation'은 군사 작전처럼 목표를 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한다는 의미다.
분유 안전 기준을 빠르게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20260224 _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 개편 _ 2-1.png


분유는 음식이자 기준이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의 소아과 교수 톰 브레나는 “미국의 모든 분유 수유 영아의 영양이 걸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읽고 나서 나는 분유 통을 “제품”이 아니라 “규칙”으로 보게 됐다.


영아용 조제분유 지침은 대부분 1985년에 마련됐고, 이후에는 경미한 개정만 있었다.
올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분유 내 오염물질과 필수 성분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며, 공개 시점은 4월로 예상된다.
보고서에는 지방산 같은 성분에 대한 영양소 검토가 함께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 민감한 지점은 오염물질이다.
유럽연합과 호주와 달리, 미국은 영아용 조제분유에서 환경오염물질 허용 최대치를 정해두지 않았다.
예로 납·주석·카드뮴·비소 같은 금속이 거론된다.


20260224 _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 개편 _ 2-2.png


최근 보고서에서는 미국 시장의 분말 분유 거의 절반에서 납 또는 비소가 검출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 금속들은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량 성분일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훨씬 더 엄격한 한도를 설정하려 한다.
나는 ‘미량’이라는 단어가, 아기 앞에서는 다르게 들린다는 걸 안다.


기준을 고친다는 건, 뭘 빼고 뭘 남길지부터 바로 논쟁이 된다.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현 규정이 낡은 과학에 기대어 있다고 말해 왔다.
그는 최근 이를 “고대의 과학”이라고 불렀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운동이 내세운 더 논란적인 목표들, 예컨대 씨앗유 제거는 과학과 산업의 현실 앞에서 멈칫한 듯하다.
바꾸겠다는 말이 쉬워도, 대안이 없으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20260224 _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 개편 _ 2-3.png


씨앗유가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제조업체와 소아과 의사들은 리놀레산 같은 필수 지방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리놀레산은 모유에도 존재한다는 점도 함께 말한다.
명확하고 안전한 대안 없이 이를 바꾸면 영아 영양의 섬세한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변화의 불씨는 한 번의 기사보다 리콜에서 더 크게 타올랐다.
주요 분유 브랜드에서 세균 오염 문제가 이어지며, 공급망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랐다.
부모와 정책결정자들이 같은 지점에서 동시에 멈춰 선 셈이다.


20260224 _ 영아용 조제분유 기준 개편 _ 2-4.png


FDA의 검토 결과는 4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보고서에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분유 부족과 리콜을 부른 유형의 집단 발생을 막기 위한 새로운 안전 프로토콜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은 분유 통을 고르기 전에, 라벨을 읽는 손을 잠깐만 더 천천히 움직여도 좋겠다.
수유 방식이나 제품을 바꾸는 일은 아이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필요하면 소아과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작가의 이전글달달한 한 캔, 마음이 먼저 흔들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