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한 캔, 마음이 먼저 흔들리던 날

가당 음료와 청소년 불안 ‘연관성’의 신호

by 전의혁

아이 방에서 빈 캔이 하나 더 나오는 날이 있다.
책상 한쪽에 탄산음료나 에너지음료 같은 가당 음료가 줄지어 서 있다.
나는 “충치”와 “살”을 떠올리다가도, 이상하게 그날은 먼저 표정을 본다.


그건 훈계가 아니라, 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아이가 예민해 보일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를 속으로 먼저 삼키는 편인가?


20260224 _ 가당 음료가 청소년 불안을 키우나 34% 연관 _ 2.png


영국 본머스 대학교의 연구는 청소년이 당이 든 음료를 더 자주 마실수록, 불안 증상을 보고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고했다.
부모들이 오래 걱정해 온 건 당분이 충치와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었지만, 이 연구는 ‘당분 상승’ 뒤에 ‘불안 급락’이 뒤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몸의 단맛이 마음의 단맛과 꼭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닐지 모른다.


연구진은 지난 25년간 발표된 연구들을 검토해, 청소년의 식단이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찾았다.
분석 대상에는 탄산음료, 에너지음료뿐 아니라 가당 주스·가향 우유, 당이 들어간 차와 커피까지 포함됐다.


대부분 중국과 캐나다에서 수행된 9편의 연구에는 73,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결과는 《인간 영양 및 식이요법 저널》에 게재됐고, 방향은 일관됐다.
청소년이 당이 든 음료를 더 많이 마실수록 불안 증상을 보고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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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분석에서는 높은 당 섭취가 불안장애를 가질 오즈(odds, 가능성의 비율)가 34% 더 높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은 아동 및 청소년에서 가장 흔히 보고되는 정신건강 상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동 저자인 클로이 케이시는 공중보건 정책이 비만과 제2형 당뇨병 같은 신체적 결과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반면 식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덜 탐구돼 왔고, 특히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영양소는 적은 음료에서 더 그랬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가 말하는 건 ‘원인’이 아니라 ‘연결’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인과관계가 아니라 연관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설탕이 불안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불안한 청소년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려고 가당 음료를 찾는지, 그 순서는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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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같은 다른 요인들이 두 습관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함께 붙었다.
그래도 분석한 9편 중 7편에서 이 연관성은 일관되게 관찰됐다.


원인을 단정할 수 없을 때, 우리는 ‘패턴’을 먼저 본다.


케이시는 청소년기 불안장애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바꿀 수 있는 생활습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결론이 아니다.
저녁 늦게 아이가 냉장고에서 또 한 캔을 꺼낼 때, “얼마나 마셨니” 대신 “요즘 잠은 어때”를 먼저 묻는 것.


불안이 오래 이어지거나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있다면, 생활습관 조정은 개인차가 크니 필요할 때 전문가와 상의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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