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플라크가 적어도 위험이 비슷할 수 있었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숫자 하나가 마음을 먼저 건드리는 날이 있다.
저녁 식탁 위에 검진 안내문을 펼쳐 놓고 휴대폰 화면을 한 번 더 올린다.
“동맥이 막혔는지”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손끝이 조금 차가워진다.
그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덜 위험하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먼저 건네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덜 막힌다더라”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검사 결과에서 “정상에 가깝다”는 표현만 붙잡고 급하게 안심해 버린 적이 있는가?
이번 연구는 그 안심의 방향을 조용히 틀어 놓는다.
2월 23일, 《순환계: 심혈관 영상》에 실린 분석이 그랬다.
여성은 남성보다 동맥을 막는 플라크(plaque, 죽상경화반)가 있는 비율이 낮았다.
플라크가 있더라도 양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중앙값은 여성 78 입방밀리미터(cubic millimeters), 남성 156 입방밀리미터였다.
덜 쌓였다고, 덜 위험한 건 아니었다.
연구진은 미국과 캐나다 193개 병원에서 흉통으로 치료받은 약 4,300명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들여다봤다.
동맥 폐색은 여성 55%, 남성 75%로 남성이 더 흔했다.
그런데도 연구진은 사망, 심근경색, 흉통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서로 비슷했다고 보고했다(여성 2.3% 대 남성 3.4%).
여성의 위험은 ‘더 낮은 수준’에서 먼저 움직였다.
플라크 부담이 20% 일 때부터 여성의 심장 위험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남성은 28%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크 수준이 올라갈수록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수석 연구자인 하버드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보렉 폴드냐 박사는 여성은 관상동맥이 더 작아 소량의 플라크도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래서 성별 특이적 지침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크 부담이 중등도로 증가하는 수준에서도 여성에서는 위험이 불균형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말은 표준적인 고위험 정의가 여성의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숫자보다, 우리가 숫자를 읽는 방식이었다.
‘여성의 심장병’은 자꾸 뒤늦게 도착하는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미국심장협회 통계로는 여성은 미국 내 심장질환 사망의 47%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 숫자는 심장질환이 ‘남성의 병’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오래된 습관인지 보여준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이는 일이다.
검사 결과나 증상이 애매할 때 “플라크가 적으니 괜찮겠죠”로 끝내지 말고, “여성에서는 낮은 플라크에서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데, 제 상황은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를 조용히 꺼내보는 것.
흉통이나 갑작스러운 불편감처럼 불안한 증상이 있거나 검사 결과 해석이 헷갈린다면, 개인 차가 크니 의료진과 상의해 결과를 함께 해석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