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뇌를 바꾸고, 둘째는 그 흔적을 더 깊게 남긴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내 머릿속부터 먼저 복잡해지는 날이 있다.
저녁에 불을 끄고 소파에 앉는다.
메신저 알림이 한 번 울리고 내 손은 무의식적으로 달력을 연다.
몸이 변하는 건 익숙한데 생각의 결이 달라지는 건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그건 예민해서가 아니라 뇌가 ‘엄마’라는 역할에 맞춰 달라지는 과정일 수 있다.
나도 그랬고, 특히 두 번째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말이 더 단단하게 들릴 때가 있었다.
혹시 당신도 “둘째는 몸도 마음도 더 빨리 돌아간다”는 말을 그냥 기분 탓으로 넘긴 적이 있는가?
이번 연구는 그 느낌에 근거를 붙인다.
2월 19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임신이 여성의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며 두 번째 임신은 그 변화를 더 크게 만든다고 보고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 의료센터 임신 두뇌 연구실의 책임자이자 수석 연구자인 엘셀리네 후크제마는 “뇌가 첫 번째 임신 동안에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임신 동안에도 변화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각 임신은 여성의 뇌에 고유한 흔적을 남긴다.
연구진은 11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MRI 뇌 스캔을 했다.
일부는 첫 출산을 앞둔 여성(초산모)이었고 일부는 두 번째 출산을 앞둔 여성(경산모)이었다.
연구 기간 동안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도 포함됐다.
첫 번째 임신에서 가장 큰 변화는 ‘기본모드 네트워크’에서 나타났다.
기본모드 네트워크는 자기 성찰과 멍하니 생각이 흘러가는 상태를 담당하는 뇌 시스템이다.
연구는 두 번째 임신에서도 기본모드 네트워크가 다시 변화하지만 변화의 강도는 더 약했다고 밝혔다.
첫 임신은 큰 재정비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이를 이렇게 해석했다.
첫 번째 임신에서 이 네트워크가 1차적으로 적응하고 두 번째 임신에서 추가로 미세 조정된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처음에는 ‘큰 재정비’가 일어나고, 그다음에는 ‘정교한 조율’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둘째 임신에서 더 많이 움직인 곳도 있었다.
연구진은 두 번째 임신에서 주의를 조절하고 감각 단서에 반응하는 것과 관련된 뇌 네트워크에서 더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1 저자인 밀루 스트라토호프는 “이러한 과정은 여러 명의 아이를 돌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둘째는 약해졌지만, 방향이 달랐다.
한 아이를 볼 때의 집중과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볼 때의 집중은 다르다.
내가 한 번에 듣고 보고 판단해야 하는 신호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그 차이가 ‘마음가짐’만이 아니라 뇌의 네트워크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변화는 감정의 결에도 닿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뇌 변화가 특히 첫 번째 임신에서 엄마와 아이 사이의 유대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뇌 변화와 임신 관련 우울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도 발견했다.
초산모는 산후우울증과 관련된 뇌 변화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은 임신 중 우울증과 연결된 변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더 힘들다”는 서열이 아니다.
임신의 횟수에 따라 뇌가 적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고 마음이 흔들리는 지점도 달라질 수 있다.
후크제마는 이 지식이 어머니의 정신건강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뇌가 어머니 역할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큰 결론이 아니라 내 상태를 ‘의지’로만 재단하지 않는 일이다.
처음이든 두 번째든 생각이 달라지고 감정이 달라지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혹시 당신도 우울감이나 불안이 오래가거나 일상을 흔든다면 개인 차가 크니 의료진과 상의해 나에게 맞는 도움의 경로를 함께 찾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