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분짜리 주사, 마음이 숨 쉬는 시간

DMT 1회 치료 뒤 일부는 완화가 6개월까지 이어졌다

by 전의혁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먼저 닳아버린 날이 있다.


퇴근 뒤 노트북을 덮고도 메신저 알림이 계속 뜬다.
“무기력해서 출근이 어렵다”는 짧은 문장을 읽고 나는 답장을 쓰다 멈춘다.
우울은 공허감과 흥미 상실로 일상을 잠식하는 지속적인 기분 장애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치료가 제때 닿지 않는 순간이 있어서다.
정신치료와 항우울제, 생활습관 변화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우울증은 이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
혹시 당신도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말로 하루를 버틴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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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성인의 거의 6%가 우울증의 영향을 받는다.
여성에서 약 1.5배 더 흔하다고 한다.
숫자는 멀게 느껴지는데 내 주변의 표정은 종종 그 숫자에 가깝다.


그래서 ‘빨리 닿는 치료’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번 연구는 그 기대를 조심스럽게 현실에 붙여 본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진이 주도한 2상 시험에서 단시간 작용 사이키델릭 약물인 디메틸트립타민(DMT)을 지지적 정신치료와 함께 사용했을 때 중증 우울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됐다. 보고에 따르면 정맥 내 주입 1회 이후 증상이 즉각 감소했고 일부에서는 그 효과가 최대 6개월까지 이어졌다.


한 번의 경험이 길게 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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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는 34명이었고 평균 연령은 32.8세였다.
우울을 겪은 기간은 평균 10.5년이었다.
연구진은 몽고메리–아스베리 우울 평가 척도(MADRS)로 증상 중증도를 측정했다.


치료군은 DMT 푸마레이트 21.5mg을 10분 동안 정맥 주입으로 받았다.
위약군은 DMT 없이 같은 방식의 주입을 받았다. 두 그룹 모두 치료 후 2주 동안 지지적 정신치료를 함께 받았다.
2주가 지나 두 그룹 모두 DMT를 투여받았고 연구진은 3개월까지 정기 추적했다. 또 첫 치료 후 6개월 시점에도 MADRS를 확인했다.


첫 치료 후 1주 이내 DMT군의 MADRS 점수는 위약군보다 평균 10.8점 더 크게 감소했다.
2주 후에도 평균 차이는 7.4점이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위약군은 치료군에서 관찰된 것과 비슷한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두 번 치료를 받은 그룹에서는 추가 개선이 뚜렷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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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 효과에는 1회 용량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데이비드 에리트조는 DMT 경험이 약 25분 지속되며 다른 유망한 사이키델릭 치료처럼 지속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더 강렬한 사이키델릭 경험을 보고한 사람일수록 증상 개선이 더 컸고 이번 시험에서는 중대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지 않았다.
이전 시험들에서 제시된 가설로는 사이키델릭이 뇌 가소성을 높여 새로운 연결 형성을 돕는다는 설명이 있다.
이런 ‘재배선’이 항우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초기 결과라는 단어를 떼어낼 수 없다.
연구진은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했고 중대한 자살 시도 병력이 있는 사람을 제외했다는 제한을 인정했다.
기존 표준 치료와 비교한 유효성, 안전성, 비용-효과성을 보려면 더 길고 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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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칼리지 런던의 제임스 러커는 2상에서는 효과 크기가 크게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DMT의 경험이 짧지만 더 강렬한 경향이 있어 투약 이후 경험을 통합하는 추가 치료가 더 필요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사이키델릭은 강력한 정신작용성 약물이라 약물과 환자, 치료 환경이 통제될 때 안전이 커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짧아도 가벼운 치료는 아니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치료를 성급히 ‘정답’으로 붙이지 않는 일이다.
대신 우울이 오래가고 일상을 깎아먹는다면 혼자 결론을 내리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해 내 상태에 맞는 치료 선택지를 점검해 보는 것.
특히 약물이나 치료 계획을 바꾸기 전에는 개인차가 크니 전문가와 함께 안전하게 판단을 붙이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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