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 냄새 남은 새벽, 나는 또 묻는다

엄마의 식탁이 아이의 알레르기를 바꿀까

by 전의혁

오늘도 조심스러웠다.
확답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날이다.


새벽에 약국 셔터를 올렸다.
손끝에 금속 냄새가 남았다.
카운터 위 영수증이 구겨져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기 엄마가 들어왔다.
품 안에서 젖 냄새가 났다.
눈 밑이 먼저 말을 했다.


“약사님, 또 올라왔어요.”
“제가 뭘 잘못 먹었나 봐요.”


나는 잠깐 숨을 골랐다.
“딱 하나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 문장이 자꾸 목에 걸린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읽은 연구를 떠올렸다.
12월 10일, 해외 학술지.
농장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강한 이유를 찾던 연구다.


연구는 모유를 바라봤다.
엄마의 젖이 단서일 수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조용한 이야기다.


대상은 미국 뉴욕 핑거레이크 지역이다.
메노나이트 농가의 영아들이었다.
도시 쪽 비교군은 로체스터였다.


연구 책임자는 키르시 예르비넨-셉포 박사다.
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 공동체 아이들이 잘 보호된다는 사실을.


이번엔 숫자로 확인했다.
메노나이트 엄마–아이 78쌍.
로체스터 엄마–아이 79쌍.


1년 동안 따라갔다.
혈액, 대변, 타액, 모유를 모았다.
아기 첫해를 샘플로 기록한 셈이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농장에 노출된 아기들은 면역세포가 더 높았다.
면역이 더 성숙했음을 시사했다.


엄마 쪽도 달랐다.
메노나이트 엄마들의 모유에서 항체가 더 높았다.
모유가 그저 ‘영양’만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달걀 알레르기에 초점을 맞췄다.
농장에서 자란 아기는 혈액 속 달걀 특이 항체가 더 높았다.
엄마의 모유에서도 같은 항체가 더 높았다.


도시 아기들은 들쭉날쭉했다.
달걀 특이 항체가 개인마다 달랐다.
그리고 그 수치가 알레르기 위험과 연결돼 있었다.


20251218 _ 식품 알레르기 예방, 모유 항체가 관건일까 _ 1.png


항체가 많을수록 위험이 낮았다.
예르비넨-셉포 박사는 ‘연속성’을 봤다고 했다.
인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어떤 엄마는 더 많을까.


연구진은 식단을 떠올렸다.
메노나이트 가정은 달걀을 자주 먹는다고 했다.
반복 노출이 항체를 올렸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염이나 백신처럼.
음식도 항체 반응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항체가 모유로 건너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우리 집 냉장고를 떠올렸다.
늘 사두는 반찬이 있다.
자주 먹는 건 결국 흔적을 남긴다.


달걀만의 얘기도 아니었다.
메노나이트 아기들은 탯줄 혈액에서

집먼지진드기와 말에 대한 항체가 더 높았다.
엄마가 자주 접하는 환경을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반대로 로체스터 아기들은 땅콩과 고양이에 대한 항체가 더 높았다.
도시·교외에서 더 자주 만나는 알레르겐이 보였다.
태어나기도 전에, 환경 지도가 그려진 느낌이다.


이 연구는 한 가지를 설명해 준다.
모유 수유와 알레르기 감소가 늘 일관되지 않았던 이유.
모유의 ‘내용’이 엄마 식단에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모유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농장 동물과 미생물 노출.
우물물, 항생제 사용 감소, 장내 미생물 차이.


연구진은 이런 요소들도 함께 언급했다.
알레르기 저항성은 한 가지로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지금 연구팀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임신 말기와 초기 수유 기간.
달걀과 땅콩을 의도적으로 먹는 그룹과 피하는 그룹을 나눈다.


그리고 비교할 예정이다.
엄마의 항체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이의 식품 알레르기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나는 다시 약국 카운터로 돌아온다.
엄마들은 내 말보다 자기 마음을 먼저 듣는다.
“제가 뭘 먹어야 하나요”라는 눈이다.


나는 오늘도 크게 말하지 않는다.
아직은 단정할 단계가 아니니까.
대신 손을 내미는 쪽을 고른다.


혹시 당신도 같은 질문을 하고 있나.
먹는 것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 말이다.
그때는 먼저, 혼자 탓하는 쪽부터 내려놓았으면 한다.


모유는 한 모금의 음식이기도 하다.
한 모금의 환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조용한 보호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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