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임신’을 검색한 날

수백 개의 병 사이에서, 나는 숨부터 골랐다

by 전의혁

12월의 어느 밤이었다.
집이 조용했다.
휴대폰 화면만 환했다.


무심코 검색했다.
“불임 보조제.”


스크롤을 내릴수록 병이 늘었다.
마음도 같이 늘었다.


불임은 전 세계 6명 중 1명에게 영향을 준다.
숫자는 차갑다.
그 뒤의 얼굴은 뜨겁다.


이유도 줄줄이 따라온다.
출산 지연, 생활습관, 환경 노출.
짧은 문장인데 무겁다.


불임을 흔드는 상태도 많다.
PCOS, 자궁내막증, 난관 문제.
자궁 문제, 배란 장애도 있다.


정자 수 감소도 나온다.
호르몬 불균형도 나온다.
갑상선 질환, 셀리악병, 유전도 나온다.


그래서 시장이 커진다고 했다.
2023년 20억 달러.
2030년 35억 달러 전망.


사람들의 기대도 같이 커진다.
영국 보고에선 73%가 보완요법을 쓴다.
보충제와 신흥 기술도 포함된다.


“뭐라도 해야 하잖아.”
이 말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안다.
나도 그쪽에 서 본 사람처럼 읽었다.


하지만 불임 보조제는 자주 의심을 받는다.
상반된 연구 결과가 있다.
입증되지 않은 주장도 많다.


2019년 보고도 있었다.
39개 제품을 조사했다.
임신 가능성을 높인 근거가 없다고 결론냈다.


공식 지침도 많지 않다.
WHO는 최신 지침에서 구체적 권고를 내리지 않았다.
권장도, 반대도 말하지 않았다.


그 지점에서 숨이 막혔다.
아무도 확답을 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근거’ 쪽으로 돌아갔다.


20251218 _ 불임 보조제 근거 _ 2.png


최근 리뷰와 메타분석이 있었다.
여성 불임에서 보충제 효과를 평가했다.
30개 연구, 약 4,000명이 포함됐다.


여러 성분이 언급됐다.
비타민 D, 프로바이오틱스, 코엔자임 Q10.
커큐민, 아스타잔틴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이렇게 봤다.
이 성분들이 난소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
임신 결과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눈에 걸린 문장이 있다.
비타민 D와 프로바이오틱스 조합이다.
임상적 임신률을 유의하게 높였다고 했다.


여기서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
사람은 “특히”라는 단어에 약하다.
나도 그랬다.


반대로, 인기 성분도 있었다.
엽산과 미오이노시톨이다.
이번 분석에선 임신률·수정률을 유의하게 못 올렸다.


다만 엽산은 맥락이 다르다.
보통은 신경관 결손 예방을 위해 권고된다.
임신 ‘성립’과는 목표가 다를 수 있다.


또 하나.
이 조합은 ‘한 병’이 아닐 수도 있다.
특정 연구에선 투여 경로가 달랐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질로 투여됐다.
비타민 D는 경구로 복용됐다.
두 중재를 나란히 쓴 셈이다.


“그러면 뭐가 핵심이지?”
내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하나로 떨어지지 않았다.


비타민 D는 역할이 알려져 있다.
생식 성숙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을 조절한다.
자궁내막 준비 상태를 개선할 수 있다.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몸의 분위기를 바꾸는 쪽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비교적 최근에 탐색됐다.
하지만 미생물군집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질, 자궁내막, 정액이 언급됐다.


불균형은 낮은 착상률과 연결될 수 있다.
반복 유산과도 연결될 수 있다.
IVF 결과가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도 있다.
락토바실러스 우세.
저염증 환경.


이 환경은 더 높은 임상적 임신률과 관련됐다.
생아 출산률(ive birth rate)과의 관련성도 언급됐다.
나는 ‘환경’이라는 단어를 오래 붙잡았다.


그런데도 리뷰는 선을 그었다.
데이터가 제한적이고 이질적이라고 했다.
안전성 근거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직접 비교 연구도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문장이, 오히려 믿음직했다.


20251218 _ 불임 보조제 근거 _ 2-1.png


프로바이오틱스 단독은 어땠을까.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은 없었다.
연구 방법이 들쭉날쭉해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표준화된 정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었다.
샘플링과 분석 방법의 조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기전 연구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코엔자임 Q10도 언급됐다.
ATP 생산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항산화제로서 보호 역할도 한다고 했다.


비타민 D와 코엔자임 Q10의 조합도 나왔다.
표준 치료에 비해 임신률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시너지 가능성이 제안됐다.


아스타잔틴은 성숙 난자 수가 늘었다.
양질의 배아 수도 늘었다.
다만 연구 수가 적다고 했다.


커큐민도 가능성을 보였다.
채취 난자 수가 늘었다.
수정률도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도 공통점이 있다.
임신률과 생아 출산으로 이어지는지는 더 봐야 한다.
래서 더 많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벽에 내가 붙잡은 질문은 이거였다.
“뭘 사야 하지?”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믿고 싶지?”였다.


검색창은 언제나 친절하다.
병 라벨도 단정하다.
그래서 더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럴 땐 구분부터 해도 된다.
근거가 보이는 것.
아직 불확실한 것.


그 사이에 서서 숨을 고르는 것.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불임은 의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몸의 환경이 흔들리는 시간일 수 있다.
그 시간을 너무 혼자 견디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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