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코너 앞에서 멈춘 날

무육류 식단은 몇몇 암 위험을 낮췄지만, 대장암은 달랐다

by 전의혁

저녁 장을 보다가 고기 코너 앞에서 발이 느려지는 날이 있다.
냉장 진열대의 찬 기운이 손끝으로 올라오고, 장바구니 손잡이가 괜히 무겁게 느껴진다.


그건 결심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내 몸을 덜 불안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암 예방”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걸릴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고기를 빼면 뭐가 달라질지 스스로 계산해 본 적 있나?


이번에 나온 국제 연구는 그 계산에 숫자를 붙여준다.
《영국 암 저널》에 실린 이 메타분석은 영국, 미국, 인도, 대만의 9개 관찰 연구를 모았고 참가자는 180만 명이 넘었다.
중앙 추적 기간은 16년이었고, 채식주의자는 6만 3,000명 이상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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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빼면, 위험이 ‘조금’ 내려가는 암들이 있었다.


육류 섭취자와 비교했을 때 채식주의자는 5개 암에서 위험이 낮았다.
다발성 골수종은 31% 낮았고, 신장암은 28% 낮았다.
췌장암은 21% 낮았고, 전립선암은 12% 낮았다.
유방암은 9% 낮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신체활동, 체중, 흡연, 음주, 병력 같은 요인과 독립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장암은 달랐다.
채식주의자는 육류 섭취자보다 대장암 위험이 더 낮지 않았고, 연구진도 “상당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연구에서 가공육 섭취량 중앙값은 하루 약 16g으로 낮았다.
영국 일반 인구의 평균 섭취량은 그 두 배가 넘는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다그핀 아우네 박사는 육류 섭취량이 낮은 사람들까지 한데 묶어 분석하면,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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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늘, 식탁 옆에 남는다.


채식주의자는 식도 편평 세포암 위험이 육류 섭취자보다 거의 두 배였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오로라 페레즈-코르나고 박사는 이유를 지금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고기를 제외하는 사람에게 특정 영양 결핍이 더 흔할 수 있고, 리보플래빈(비타민 B2) 섭취가 낮은 것이 식도암 위험과 연관돼 왔다고 언급했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비건에서 나왔다.
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 비건은 대장암 위험이 40%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일부 비건 식단에서 부족할 수 있는 칼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건은 8,849명뿐이었고, 7개 연구에서 대장암 사례는 93건이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표본 규모, 즉 ‘숫자’의 영향일 가능성도 함께 짚었다.
아우네 박사는 더 많은 비건을 포함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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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도 분명했다.
비건 수가 적었고, 흑인과 히스패닉 참가자 데이터가 부족해 일반화 가능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관찰 연구의 숙제인 교란 요인도 남는다.
다만 연구진이 BMI를 보정했기 때문에, 체중만으로 위험 감소를 전부 설명하긴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 결과가 세계암연구기금/미국암연구소가 오래 권고해 온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을 지지한다고 봤다.
그리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힌트도 남겼다.


고기와 가금류는 먹지 않고 생선만 먹는 페스코채식주의자 약 4만 3,000명에서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위험이 낮았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먹지 않고 가금류만 먹는다고 보고한 남성은 전립선암 위험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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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장바구니에서 “완전한 답” 대신 “작은 방향”을 고른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을 한 번 덜어내고, 그 자리에는 통곡물과 콩류를 하나씩 넣어본다.


채식이나 비건을 택했다면 강화식품이나 보충제로 특정 영양소를 어떻게 채울지, 내 몸의 조건에 맞는 방식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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