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항콜린제는 심장 건강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가끔은 약 이름보다 몸의 반응이 먼저 신경 쓰이는 밤이 있다.
잠들기 전 물 한 컵을 따라 두고, 서랍에서 약상자를 꺼낸다.
포장지의 작은 글씨를 읽다가 멈추고, 손끝으로 성분명을 한 번 더 짚어본다.
하루를 버티게 해 준 약인데도, 문득 “이건 내 몸에 어떻게 남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오래 먹는 것들의 무게를 뒤늦게 느끼는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특히 익숙한 약일수록 더 쉽게 넘겼다.
처방전에서 받는 약도, 약국 진열대에서 별생각 없이 집어 드는 일반의약품도 그랬다.
혹시 당신도 “늘 먹던 거니까 괜찮겠지” 하고 지나친 적이 있는가.
이번에 눈길을 끈 건 항콜린제라는 약물군이다.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줄이는 약인데,.
수면보조제와 항히스타민제, 요실금 치료제, 일부 항우울제처럼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에 널리 쓰인다.
타이레놀 PM과 애드빌 PM에 들어 있는 디펜히드라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익숙하다고 해서, 늘 가볍게 넘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스웨덴 연구진은 45세 이상 스톡홀름 주민 50만 명 이상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고혈압을 제외하면 심장질환 과거력이 없었고, 연구진은 최대 14년 동안 항콜린제가 심장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항콜린제 복용량이 가장 많았던 사람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 관련 건강 문제의 위험이 71% 더 높았다.
특히 연관성은 심부전과 심장 리듬 이상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누적된 약물 부담이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심장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말이 곧 “이 약은 위험하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핵심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복용하는지를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뜻에 더 가깝다.
약을 다 끊으라는 결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대목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연구는 관찰연구라서, 항콜린제와 심장 문제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원래 있던 기저 질환이 심장 위험 증가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연구진도 항콜린제가 실제로 심장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이런 연구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몸은 낯선 변화보다, 오래 반복된 복용 습관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니까.
특히 여러 약을 함께 먹는 사람, 오래 복용하는 사람, 나이가 들수록 약 목록이 길어지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작다.
집에 있는 약상자를 한 번 열어 보고, 내가 자주 먹는 약이 무엇인지 이름을 적어보는 것.
약을 끊거나 바꾸는 문제는 혼자 서두르기보다, 의사나 약사와 함께 천천히 살펴보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