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복 앞에서, 다른 위험을 떠올린 날

유방촬영술은 심장 위험의 단서도 비출 수 있다

by 전의혁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은 늘 마음이 한쪽으로만 기운다.


나는 병원 탈의실에서 검사복 끈을 묶을 때마다 유방암부터 떠올렸다.
차가운 바닥에 맨발을 딛고 서 있으면, 다른 걱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 마음은 늘 그 한 곳을 맴돌았다.


혹시 이번엔 이상이 있을까.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가장 두려운 것부터 먼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다.
검진 결과지를 받아도 유방 쪽 설명부터 먼저 찾았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하나일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다.


20260316 _ 유방촬영술, 유방암 넘어 심장위험까지 본다 _ 2.png


그런데 이번 연구는 익숙한 검사 장면 안에 또 다른 단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기적인 유방촬영술이 유방암 징후만이 아니라, 심장질환의 초기 경고 신호도 비출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9일 《유럽 심장 저널》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12만 건이 넘는 유방촬영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했다.
이 기술은 유방 조직을 지나는 동맥 안의 칼슘 침착을 측정했다.


유방동맥석회화(BAC).
유방 안쪽 혈관 벽에 칼슘이 쌓인 흔적이다.
이 변화는 혈관을 뻣뻣하게 만들 수 있고, 심부전의 한 가지 가능한 신호일 수 있다.


익숙한 검사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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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12만 명 이상의 여성에게서 얻은 유방촬영 영상을 분석했다.
AI로 동맥 침착을 없음부터 중증까지 네 단계로 나눴다.
그리고 평균 약 7년 동안 누가 심장 문제를 겪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는 또렷했다.


중증 석회화가 있는 여성은 칼슘이 보이지 않은 여성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사망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2배 높았다.


수십 년 동안 의사들은 이 칼슘 침착을 봐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 정보는 심장 건강 평가에 거의 쓰이지 않았다.
이제 AI가 그 신호를 더 정밀하게, 더 큰 규모로 읽기 시작한 셈이다.


혹시 당신도 검진 결과를 볼 때, 가장 걱정하던 항목만 먼저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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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견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들은 이미 유방촬영술을 꾸준히 받고 있다.
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40세 이상 여성의 거의 70%가 유방촬영술 검진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이미 많은 여성이 가고 있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심장질환 위험까지 함께 살필 수 있다면, 의미는 더 커진다.


물론 여기서 결론을 서두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방촬영술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검사 같은 기존 심장 검진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BAC 점수가 실제 진료나 관리 방침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도 아직 더 확인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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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연구가 남기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가 늘 보던 검사 안에도, 아직 제대로 읽지 않은 신호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이런 연구를 읽고 나면 검진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된다.
유방을 확인하러 갔던 자리가, 내 동맥의 변화까지 비출 수 있다면 말이다.
그건 겁을 주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빨리 알아차릴 기회를 넓히는 일에 가깝다.


내 몸은 생각보다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을 때가 있다.


검사와 해석, 이후 관리의 방향은 개인차가 있으니 의료진과 차분히 상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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