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스트레스 관리가 아이 체중에도 닿았다
아이를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쓴다.
퇴근 뒤 현관문을 열면 가방보다 장바구니를 먼저 내려놓게 되는 날이 있다.
싱크대 옆에 물컵을 두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는다.
배는 고픈데 머릿속은 더 복잡해서, 결국 가장 빨리 먹일 수 있는 것부터 손이 간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지친 저녁이 가장 쉬운 선택을 집는 순간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하루 종일 해야 할 말을 다 쏟아낸 저녁에는 더 심했다.
아이 반찬보다 내 표정이 먼저 무너지는 날이 있었다.
혹시 당신도 저녁 식탁 앞에서, 영양보다 속도를 먼저 고른 적이 있는가.
이번 연구는 바로 그 지점을 들여다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모를 도와주면, 아이의 비만 위험도 함께 낮출 수 있는지 살핀 것이다.
연구진은 과체중 또는 비만인 2세에서 5세 아동의 부모 11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한 그룹은 건강한 영양과 신체활동 교육을 받았다.
다른 한 그룹은 여기에 더해, 스트레스를 다루고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피하도록 돕는 마음 챙김(mindfulness) 훈련까지 함께 받았다.
두 그룹 모두 12주 동안, 매주 최대 2시간씩 모였다.
연구진은 숫자만 본 것이 아니었다.
부모의 스트레스와 아이의 체중을 살폈고, 수업이 끝난 뒤에도 3개월 동안 아이들의 체중을 추적했다.
또 따뜻함, 경청, 인내심, 긍정성 같은 양육 태도와 아이가 먹은 음식도 함께 관찰했다.
결과는 조용하지만 분명했다.
수업이 끝난 뒤 3개월까지 변화가 이어진 쪽은, 마음 챙김 훈련을 함께 받은 그룹뿐이었다.
이 그룹에서는 부모의 스트레스가 줄었고, 양육 태도는 더 좋아졌고, 아이의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도 줄었다.
반대로 식사와 운동 교육만 받은 대조군의 아이들은, 수업 후 3개월 안에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위험이 6배 더 높았다.
소아 비만은 늘 음식과 운동의 문제로만 말해지곤 한다.
무엇을 먹였는지, 얼마나 뛰었는지, 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같은 것들로 정리되기 쉽다.
그런데 이 연구는 그 앞에 부모의 스트레스라는 변수를 놓았다.
연구진도 이미 스트레스가 소아 비만 발생의 큰 기여 요인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모일수록 아이를 먹이기 위해 패스트푸드와 정크푸드에 기대기 쉬울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오래 남는 대목은 따로 있었다. 부모가 스트레스를 더 잘 다루게 되자, 아이를 대하는 방식도 함께 나아졌다는 점이다.
아이의 식탁은, 부모의 마음 상태와 완전히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연구는 “더 바르게 먹여야 한다”는 말보다 먼저, “부모를 먼저 덜 지치게 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게 읽힌다.
현재의 소아 비만 예방 프로그램이 영양과 운동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오래가는 변화를 만드는 데 자주 실패했다는 연구진의 말도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모르는 게 아니라, 지친 날에는 아는 것을 꺼내 쓸 힘이 먼저 모자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이 부족한 부모라서 그런 게 아닐 수 있다.
오늘 아이 식탁이 마음에 걸렸다면, 메뉴보다 먼저 내 숨부터 천천히 한 번 고르는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작은 순서 하나가 달라지면, 식탁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