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무렵의 입안 염증이 성인기 심장질환과 닿아 있을 수 있다
아이 치아를 들여다보는 밤은, 생각보다 먼 데까지 마음이 간다.
세면대 위에 작은 칫솔을 세워두고, 양치컵에 물을 받아 둔다.
불 꺼진 욕실에서 민트 향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나는 치과 검진표를 한 번 더 펼쳐본다.
충치 몇 개쯤이야 하고 넘기고 싶다가도, 이상하게 그날은 자꾸 먼 훗날을 상상하게 된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몸의 작은 신호가 생각보다 긴 시간과 닿아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아는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아이 치과 예약 날짜를 챙길 때 더 그랬다.
입안의 작은 문제를 고치는 일인데도, 왜 자꾸 생활 전체를 돌아보게 되는지.
혹시 당신도 충치를 단지 치아 하나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날이 있나.
이번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는 바로 그 지점을 들여다봤다.
연구진은 1963년부터 1972년 사이에 태어난 아동 56만 8,000명 이상을 추적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충치가 많거나 심한 잇몸질환, 그러니까 치은염을 겪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심근경색, 뇌졸중, 동맥 폐색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치아 우식이 많았던 아동은 건강한 치아를 가진 아동보다 성인기 심장질환 발생률이 45% 높았다.
입안은 생각보다 조용한 곳이 아니었다.
연구진은 아이가 심한 치은염을 앓으면 박테리아가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전신 염증, 그러니까 몸 전체가 오래 경계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만성 염증은 죽상동맥경화증, 즉 동맥 안에 플라크가 쌓이는 과정을 빠르게 만들어 결국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제1저자 니콜린 니가르드는 아동기부터 높은 수준의 염증에 노출되는 일이, 나중에 몸이 염증에 반응하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서 곧바로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도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덴마크 국가 아동 치과 기록과,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의 국가 환자 기록을 연결해 분석한 결과는 쉽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그 신호는 심장 이야기에서만 멈추지 않았다.
같은 연구팀의 별도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구강 건강과 제2형 당뇨병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심한 치은염을 겪은 아동은 성인이 된 뒤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87% 높았고, 충치가 여러 개 있었던 아동은 19% 높았다.
입안의 신호가 심장과 혈당 같은 몸 다른 곳의 미래와도 닿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더 오래 남는 건, 누가 더 큰 위험을 떠안고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덴마크에서는 전체 아동의 20%가 모든 치과 문제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치과 진료가 아동에게 가장 충족되지 않은 보건의료 필요 중 하나이고, 어떤 집단은 그 빈자리를 더 크게 떠안고 있다고 연구진은 짚었다.
결국 칫솔질은 습관이면서, 조건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동저자 메레테 마크바르트는 아동의 치아를 치료하는 것만으로 심혈관질환이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이 큰 아이들을 일찍 알아보고 노력을 집중한다면, 구강 건강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했다.
치과 질환은 세계에서 가장 예방 가능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그 말이 더 묵직하게 남는다.
입은 몸과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라, 안으로 이어지는 문에 가깝다.
오늘 밤 아이 칫솔을 헹구며 내가 붙잡고 싶은 건 거창한 비밀이 아니다.
단순한 칫솔 하나가, 어쩌면 아주 긴 시간의 병을 늦추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우리는 아이의 입안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