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기반’은 광고보다 느리게 읽어야 한다
건강이 걱정되는 날엔 짧은 문구 하나도 크게 보인다.
퇴근길 약국 선반 앞에 서서 작은 병들을 한 줄씩 훑는다.
스트레스, 수면, 에너지, 면역.
반짝이는 라벨 아래 적힌 “과학적으로 입증된”이라는 말에 손이 한 번쯤 멈춘다.
그건 충동이 아니라, 내 몸을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게 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피곤이 오래 남고 잠이 얕아졌다고 느낄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성분표보다 먼저 “정말 근거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되뇌는 사람인가.
요즘 아슈와간다가 그렇다.
오래전부터 아유르베다에서 강장제로 쓰였다.
지난 몇 년 사이 전 세계 사용량은 2020년 이후 4배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트레스와 수면은 물론, 에너지와 테스토스테론, 인지 건강, 염증까지 돕는다는 말이 소셜미디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문제는, 많이 팔리는 것과 분명히 입증된 것은 다르다는 데 있다.
2026년 나온 22건의 시험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아슈와간다가 스트레스, 우울, 불안을 유의하게 개선했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연구 전반의 질이 낮았고, 무엇을 어떻게 측정했는지도 제각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성분은 아직 확정적인 치료 선택지라기보다,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한 보완 전략에 가깝다고 결론 냈다.
이쯤 되면 마음이 조금 복잡해진다.
프랑스는 임신부와 아동, 여러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하라는 경고를 냈고, 영국 식품기준청은 안전성을 검토 중이다.
덴마크는 2023년에 이를 함유한 보충제를 금지했다.
반면 인도 정부는 2024년 보고서에서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며 그 평가를 비판했다.
같은 성분인데, 결론은 왜 이렇게 갈라질까.
보충제의 자리는 애매하다.
식이 공급원에서 왔으니 식품처럼 보이지만, 광고는 자꾸 의약품처럼 들린다.
유럽은 안전성과 제조 과정을 더 엄격하게 보는 편이다.
미국은 식품도 의약품도 아닌 별도 범주로 다뤄 상대적으로 적은 감독 아래 시장에 들어오는 제품도 있다.
미국에서는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말은 못 해도, “심장 건강을 증진한다”는 말은 사전 평가 없이 가능하다.
과학도 여기서는 쉽게 한 줄로 말해주지 못한다.
보충제는 용량도 다르고, 같은 이름 아래 들어 있는 화합물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어떤 성분 하나에 근거가 있다고 해서, 그 성분이 들어간 제품 전체가 같은 효과를 낸다고 보긴 어렵다.
여러 성분을 섞은 제형이라면, 그 조합 자체를 따로 시험하지 않았는데도 더 큰 효능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식품 속 영양소의 상호작용, 그러니까 상승작용까지 생각하면 해석은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선반 위 비슷한 병들도 사실은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시장만 보면 이 흐름은 더 커지고 있다.
콜라겐, 사자갈기버섯, 프로바이오틱스는 이제 낯설지 않고, 마그네슘, 오메가-3, 비타민D도 더 많이 팔린다.
미국과 유럽 성인의 최소 60%가 보충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한다는 추정이 있다.
2025년 상반기 영국에서는 성인 5명 중 1명이 콜라겐, 아슈와간다, 버섯 분말 같은 웰니스 보충제를 먹었다.
전 세계 식이보충제 시장도 2021년 거의 1,520억 달러에서, 2028년 3,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더 또렷해지는 건, ‘과학적 근거 기반’이라는 말의 무게다.
연구자들은 확실성이 높은 데이터와 낮은 데이터를 함께 저울질해, 진실 그 자체보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까운 결론을 만든다고 했다.
그 말이 나는 이상하게 정직하게 들렸다.
보충제는 믿음만으로 고르기엔 복잡하고, 불신만으로 밀어내기엔 너무 가까운 물건이라는 뜻 같아서.
오늘 선반 앞에서 라벨을 읽게 된다면, 효능 문구보다 “이 제품은 어떤 연구를 거쳤을까”를 한 번 먼저 떠올려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