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식단, AI의 답은 너무 가볍다
아이 방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는 밤이 있다.
물컵을 들고 문 앞에 섰다가, 나는 한 번쯤 걸음을 멈춘다.
책상 위 휴대폰 화면이 얼굴을 밝히고, 검색창에는 ‘다이어트 식단’이라는 말이 떠 있다.
예전 같으면 친구에게 물었을 질문을, 이제는 챗봇 창에 먼저 묻는 아이들도 있다.
그건 유난이 아니라, 빨리 바뀌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 마음을 안다.
특히 몸이 신경 쓰이기 시작할 때, 숫자는 금방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혹시 당신도 식탁보다 화면이 먼저 아이의 하루를 정하는 것 같아 불안했던 적이 있었나.
이번에 나온 연구는 그 불안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연구진은 무료 온라인 AI 5개에 체중 감량 중인 청소년 식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ChatGPT 4, Gemini 2.5 Pro, Bing Chat-5GPT, Claude 4.1, Perplexity였다.
연구진은 가상의 15세 청소년 4명을 설정했다.
과체중 남학생과 여학생, 비만 남학생과 여학생이었다.
이들의 나이와 키, 몸무게를 넣고 3일 치 식단을 요청했고, 하루 식단에는 세끼 식사와 두 번의 간식이 포함되도록 했다.
같은 조건으로 청소년 건강을 전문으로 하는 영양사도 식단을 만들었다.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AI가 만든 식단은 영양사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준비한 식단보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거의 700칼로리 낮게 잡았다.
연구진은 이 정도면 사실상 하루 한 끼를 통째로 빼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덜 먹는 게 늘 답은 아니었다.
더 불안한 건 비율이었다.
AI 식단은 단백질과 지방은 높게, 탄수화물은 낮게 잡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 섭취 열량에서 단백질은 21%~24%, 지방은 41%~45%, 탄수화물은 32%~36%였다.
미국 가이드라인은 단백질 15%~20%, 지방 30%~35%, 탄수화물 45%~50%를 권고한다.
AI가 만든 식단은 이 비율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자라는 몸에는 더 신중해야 할 식단이다.
청소년기는 신체 성장만 일어나는 때가 아니다.
뼈가 자라고, 생각하고 배우는 힘도 함께 성숙해 가는 시기다.
연구 책임자인 아이셰 베튤 빌렌은 에너지와 탄수화물 섭취가 낮고, 단백질과 지방 비율이 높은 이런 식단이 성장기에는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체중 감량을 돕기보다, 영양 불균형과 섭식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을 걱정한 이유도 여기 있다.
AI는 그럴듯하게 답한다.
하지만 그 답이 꼭 연령별 필요를 이해한 결과는 아닐 수 있다.
연구진은 AI 도구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빌렌의 말처럼, AI는 임상적으로 정밀한 답보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보이는 응답을 만들도록 훈련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답일수록 한 번 더 멈춰 보게 된다.
말이 매끈하다고 해서, 몸에도 맞는 건 아니다.
나는 이런 기사 앞에서 대단한 결심보다 작은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
식탁에 앉아 오늘 뭘 뺐는지보다, 오늘 무엇을 제대로 먹었는지 먼저 묻는 저녁.
체중계 숫자보다, 자라는 몸이 받아야 할 몫을 먼저 챙기는 일이다.
당신이 예민한 게 아니라, 성장기에는 기준이 더 정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식단을 바꾸는 일일수록, 특히 청소년이라면 화면의 답 하나로 밀어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나이의 몸은 아직 완성된 몸이 아니라, 한창 만들어지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