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먼저 알았다

살 빼는 주사의 부작용이 시력이라면, 당신은 설명서를 다시 읽겠는가

by 전의혁

주사 맞는 날이면 냉장고 문을 열었다.

펜을 꺼내고, 배에 한 번 찌르고, 다시 넣었다.

그게 일주일에 한 번, 어느새 루틴이 됐다.


체중계 숫자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니까,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다.

허리띠 구멍이 하나 줄었고, 거울 앞에서 턱선이 돌아왔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됐다.


그런데 최근에 좀 불편한 연구가 하나 나왔다.


20260322 _ 위고비 사용자, 오젬픽보다 시력 손실 위험 5배 높다 _ 2.png


위고비를 쓰는 사람에게서 허혈성 시신경병증이라는 눈 질환이, 오젬픽 사용자보다 약 5배 높은 빈도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영국안과학회지》에 실린 이 연구는 미국 FDA에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접수된 3,000만 건 넘는 이상반응 보고를 분석한 결과다.


허혈성 시신경병증. 이름이 길다.

쉽게 말하면, 시신경에 피가 안 가서 갑자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이다.

'눈 뇌졸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통증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영구적이다.


20260322 _ 위고비 사용자, 오젬픽보다 시력 손실 위험 5배 높다 _ 2-1.png


위고비와 오젬픽은 같은 성분이다.

세마글루타이드.

다른 건 용량이다.

위고비는 주당 최대 2.4mg, 오젬픽은 2.0mg.

연구팀은 이 0.4mg 차이가 위험도의 차이를 만들었을 수 있다고 봤다.

경구제인 리벨서스에서는 이 부작용 보고가 한 건도 없었다.

흡수가 느리니까, 몸에 걸리는 부하가 다른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이 약 3배 높다는 대목에서, 나는 내 주변을 떠올렸다.

살 빼겠다고 주사 맞기 시작한 사람 중에, 안과 검진을 먼저 받은 사람이 있었나.

한 명도 기억나지 않는다.


20260322 _ 위고비 사용자, 오젬픽보다 시력 손실 위험 5배 높다 _ 2-2.png


오해를 줄여야 한다.

이건 FDA 이상반응 보고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다.

약이 직접 눈을 망가뜨린다고 입증한 게 아니다.

GLP-1 약물을 쓰는 사람은 이미 당뇨, 비만, 심혈관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고,

그 자체가 시신경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관이 보였다는 것이지, 원인이 밝혀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연구가 남기는 질문은 있다.

같은 성분인데 용량이 다르면 눈에 오는 위험도 다를 수 있다는 것.

드물지만 —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 1만 명 중 약 1명 — 갑자기 한쪽 시야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을 주사 맞기 전에 알고 있었느냐는 것.


20260322 _ 위고비 사용자, 오젬픽보다 시력 손실 위험 5배 높다 _ 2-4.png


나라면 주사를 끊겠냐고?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다만 다음 안과 검진 예약을 좀 당기겠다는 생각은 든다.


약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건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퇴근길 뇌는 이미 지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