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표를 펼쳤을 때

콜레스테롤 숫자 앞에서 멈칫한 적 있다면

by 전의혁

올해도 어김없이 검진 결과지가 왔다.

봉투를 뜯기 전에 손이 잠깐 멈춘다.

혈압, 혈당, 간 수치를 쭉 훑다가 콜레스테롤 항목에서 눈이 걸린다.

숫자 옆에 붙은 화살표가 위를 향하고 있으면, 커피 맛이 좀 달라진다.


나도 그랬다.


20260324 _ 콜레스테롤 검사는 소아기부터 — 미국 심장학회 새 지침 _ 2.png


서른다섯 즈음이었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처음으로 기준선을 넘었다.

"아직 젊으니까 식단 조절하면 되죠."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와서 점심으로 국밥을 먹었다.

국물까지 비웠다.


사실 콜레스테롤이라는 단어는 묘하게 긴장감이 덜하다.

혈당이 높다고 하면 당뇨가 떠오르고, 혈압이 높다고 하면 뇌졸중이 스친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은 어딘가 먼 이야기 같다.

"나중에 관리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그 "나중"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20260324 _ 콜레스테롤 검사는 소아기부터 — 미국 심장학회 새 지침 _ 2-1.png


미국 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가 올해 새 지침을 발표했다.

콜레스테롤 검사를 9~11세부터 시작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아이들을 일찍 찾아내자는 뜻이다.

19세부터는 최소 5년마다 피검사를 하고,

식사와 운동으로 안 되면 30대에도 약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나쁜 콜레스테롤 LDL은 100 이하를 유지해야 하고, 위험이 높으면 70 미만까지 낮춰야 한다.


지침을 관통하는 한 문장은 이렇다.

"더 낮게, 더 오래."


20260324 _ 콜레스테롤 검사는 소아기부터 — 미국 심장학회 새 지침 _ 2-2.png


혹시 리포단백질(a)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나는 없었다.

보통 건강검진에서 잘 안 나오는 항목인데,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콜레스테롤의 한 종류다.

5명 중 1명꼴로 수치가 높고, 높으면 심장마비 위험이 최대 두 배까지 올라간다.

운동이나 식단으로는 거의 내려가지 않는다.

평생 한 번은 확인해 보라는 게 새 지침의 권고다.


나는 지난달에 검진 예약을 넣으면서 리포단백질(a) 항목을 추가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접수 직원이 잠깐 멈칫하더니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 정도로 아직 낯선 검사다.


20260324 _ 콜레스테롤 검사는 소아기부터 — 미국 심장학회 새 지침 _ 2-3.png


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 때 화살표 방향이 신경 쓰인다면, 이미 반은 한 셈이다.

나머지 반은 그 숫자를 들고 담당의 앞에 앉는 것이다.


약이나 치료를 바꾸는 일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가 먼저다.



[출처]

Blumenthal RS, Morris PB, Gaudino M, Johnson HM, Anderson TS, Bittner VA, Blankstein R, Brewer LC, Cho L, de Ferranti SD, Gianos E, Gluckman TJ, Gradney KF, Isiadinso I, Lloyd-Jones DM, Marrs JC, Martin SS, McLain KH, Mehta LS, Mora S, Mulugeta WM, Natarajan P, Navar AM, Orringer CE, Polonsky TS, Reynolds HR, Saseen JJ, Shapiro MD, Soffer DE, Tynes SA, Villavaso CD, Virani SS, Wilkins JT. 2026 ACC/AHA/AACVPR/ABC/ACPM/ADA/AGS/APhA/ASPC/NLA/PCNA Guideline on the Management of Dyslipidemia: A Report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American Heart Association Joint Committee o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J Am Coll Cardiol. 2026 Mar 13:S0735-1097(25)10254-4. doi: 10.1016/j.jacc.2025.11.016. Epub ahead of print. PMID: 4182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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