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넘어 시작한 호르몬 치료, 그 약이 정말 괜찮은 걸까
명절에 엄마 집 식탁 위를 본 적 있는가.
반찬 접시 사이로 약봉지 두세 개가 늘 놓여 있다.
혈압약, 골다공증 약, 그리고 작년부터 하나 더 늘었다.
갱년기가 늦게 왔다며, 안면홍조가 심하다며, 산부인과에서 호르몬제를 타 오셨다. 67세였다.
나는 그 약 이름을 한번 검색해 봤다.
그러고는 괜히 불안해졌다.
엄마한테 "그 약 괜찮아?" 하고 물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주신 건데 뭘 걱정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한마디에 더는 말을 못 꺼냈다.
그런데 최근 학술지 《폐경기(Menopause)》에 실린 연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스라엘에서 8만 3천 명 넘는 50세 이상 여성을 22년 동안 추적한 연구다.
65세가 넘어서 호르몬 치료를 처음 시작한 여성은,
호르몬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보다 암 발생 위험이 2.2배, 뇌졸중 위험이 2.7배 높았다.
숫자를 보는 순간, 엄마 식탁 위 약봉지가 떠올랐다.
50~65세에 시작한 경우도 장기 복용이 문제였다.
10년 넘게 이어간 여성이 전체의 40% 가까이 됐다.
이 그룹에서도 뇌졸중 위험이 4배 이상, 심장질환 위험이 2배 이상 높게 나왔다.
연구를 이끈 알론 카니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호르몬 치료의 위험-이익 균형이 달라진다고.
60대 중반이 되면 비호르몬 대안으로 바꾸는 걸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호르몬 치료가 나쁜 건 아니다.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같은 갱년기 증상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50대에 맞던 옷이 60대 후반에도 맞을 리 없다.
약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가 무작위 배정 시험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처음부터 건강한 여성에게만 호르몬이 처방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콜로라도대학교 산토로 교수도 그 점을 짚었다.
그래도 8만 명이 넘는 규모에서 22년간 추적한 데이터는 가볍지 않다.
이번 주말,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려 한다.
"그 약 언제부터 드셨어?"
"선생님이 언제 다시 오래?"
약을 끊으라는 게 아니다.
다만 한 번쯤 담당 의사와 다시 이야기해 보자고, 그 말을 꺼내보려는 것이다.
약이나 치료 변경은 반드시 담당의와 상의해야 한다.
가족이 할 수 있는 건, 그 상의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 정도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