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이 뇌를 늙게 만든다는 연구가 나왔다
월말이 되면 통장을 열어본다.
카드값 빠져나간 내역을 스크롤하다가 멈춘다.
숫자가 생각보다 적다.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다.
그 순간, 머릿속이 잠깐 하얘진다.
이게 한두 달이면 괜찮다.
그런데 몇 년째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컬럼비아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미국역학저널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50세 이상 약 7,700명을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추적했다.
재정 상태가 나쁜 사람일수록 기억력 점수가 낮았다.
뇌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도 빨랐다.
단순히 돈이 적다는 얘기가 아니다.
연구팀이 쓴 건 '재정 안녕 지수'라는 것이다.
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청구서를 제때 내는지,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함께 측정한다.
이 지수에서 1점이 떨어질 때마다 기억력이 깎이고, 인지기능 저하가 빨라졌다.
65세 이상에서 그 영향이 가장 컸다.
나는 건강기능식품을 만들고 유통하면서 중장년층을 자주 만난다.
"요즘 깜빡깜빡해요"라는 말을 듣는다.
오메가 3을 추천하기도 하고,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분이 매달 병원비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면?
영양제 한 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연구팀은 만성적인 돈 걱정이 뇌를 해치는 경로를 이렇게 봤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
병원에 덜 가게 된다.
식사의 질이 떨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하나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10년이 쌓이면 뇌에 흔적이 남는다.
한 가지 더 무서운 결과가 있다.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뇌 기능이 떨어지지만, 재정 상태가 나아졌다고 뇌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았다.
한번 쌓인 손상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석 연구자 제키 알 하주리 교수는 "노년기 소득 지원과 재정 보조가 인지 건강을 보호하고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뇌 건강을 챙기겠다고 퍼즐 앱을 깔기 전에,
내 통장 상태를 한번 들여다보는 것.
그게 먼저일 수도 있다.
노후 재정 계획이나 건강 관련 고민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