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바깥공기를 쐬면 식탁 위 음식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나왔다

by 전의혁

어제 퇴근하고 집에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뒤쪽에 작은 산책로가 있다.

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요즘은 잎이 막 나오기 시작한 시기라 가지 끝이 연두색이다.

거기를 한 바퀴 돌았다. 10분 정도.


돌아와서 냉장고를 열었다.

평소 같으면 치킨부터 꺼냈을 텐데 그날은 시금치가 눈에 들어왔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게 아니다.

그냥 시금치를 데쳐서 참기름에 무쳤다.


20260329 _ 공원 산책이 식단까지 바꾼다 _ 2.png


이게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런데 드렉셀대학교 연구진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저널에 실린 연구다.

미국 성인 300명을 조사했더니, 밖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과일과 채소를 훨씬 더 많이 먹었다.


연구진은 자연 접촉을 세 가지로 나눴다.

창밖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것.

주변에 화분이나 식물이 있는 것.

직접 공원이나 숲을 찾아가는 것.


20260329 _ 공원 산책이 식단까지 바꾼다 _ 2-3.png


세 번째, 직접 찾아가는 사람 중 주 5일 이상 자연을 접한 비율은 9%뿐이었다.

절반이 넘는 55%가 일주일에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왜 밖에 나가면 먹는 게 달라질까.


심층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우울과 불안이 줄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빠지면 감정적으로 먹는 횟수가 줄어든다.

배달 앱을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내 몸 상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응답도 있었다.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내 몸이 뭘 원하는지 좀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20260329 _ 공원 산책이 식단까지 바꾼다 _ 2-4.png


제1 저자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달리아 스톳 박사는 "비싼 헬스장 회원권 없이도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접근성 높은 방법"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읽고 나서 다시 어제저녁을 떠올렸다.


산책로에서 바람이 얼굴에 닿았을 때, 코끝으로 흙냄새가 살짝 올라왔을 때.

그 10분이 냉장고 앞에서의 선택을 바꿔놓았을 수도 있다.


오늘 퇴근하면 또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다.

거창한 등산이 아니어도 된다. 집 앞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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