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산만한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우리 애는 얌전해요.
ADHD는 아닐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아이가 뛰어다니지 않으니까,
수업 중에 소리를 지르지 않으니까.
그냥 멍한 날이 좀 많은 아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수업 중에 눈이 자꾸 창밖으로 가요."
그 말에 가슴이 콕 찔렸다.
집에서도 그랬다.
숙제를 펼쳐놓고 30분째 연필만 굴리고 있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이 58만 명 넘는 아이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JAMA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됐다.
ADHD를 일찍 진단받은 아이와 늦게 진단받은 아이의 학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한 것이다.
결과는 생각보다 선명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진단받은 아이들은 성적이 더 좋았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았다.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은 낮았다.
반대로 16세 전후에 진단받은 아이들의 학업 성과가 가장 낮았다.
졸업 전까지 도움을 받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뉴욕의 아동 정신과 전문의 빅터 포르나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은 자기가 못한다고 느낀다.
실제로는 머리가 충분한데, 주의력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일찍 진단받으면 뭐가 달라지냐고.
학교에서 시험 시간을 더 주거나,
수업 중 추가 지원을 받거나,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그 지원이 쌓이면 아이는 "나도 할 수 있구나"를 경험하게 된다.
포르나리 박사가 특히 강조한 게 있다.
과잉행동 없는 ADHD.
조용히 앉아 있지만 머릿속은 딴 곳에 가 있는 아이들.
이런 경우가 여아에게 많다고 했다.
교사도 부모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좀 더 지켜보자."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지켜보는 동안 아이는 자기가 바보라고 믿기 시작한다.
시험지를 뒤집어 놓고 고개를 숙이는 횟수가 늘어간다.
연구팀은 12세 이전에 ADHD 선별검사를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확진이 아니라 선별이다.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뿐이다.
아이가 산만하지 않아도, 조용히 앉아 있어도.
혹시 눈이 자꾸 창밖으로 간다면.
한 번쯤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다.
[출처]
Volotinen L, Remes H, Martikainen P, Metsä-Simola N. Age at First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Diagnosis and Educational Outcomes. JAMA Psychiatry. Published online April 08, 2026. doi:10.1001/jamapsychiatry.2026.0181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sychiatry/article-abstract/2847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