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하나가 빠진 뒤, 식탁이 달라졌다

씹는 힘이 줄면 체중이 느는 이유를 900명 추적 연구가 보여줬다

by 전의혁

아버지가 임플란트를 미루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쯤이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흔들린다고 했다.

치과에서 빼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좀 더 두고 보겠다"라고 했다.

몇 달 뒤 명절에 만난 아버지는, 갈비를 한쪽으로만 씹고 있었다.


그 뒤로 식탁이 달라졌다.

어머니가 반찬을 바꾸기 시작했다.

연근조림이 사라지고, 달걀찜이 늘었다.

오이무침 대신 두부가 올라왔다.

아버지는 밥을 더 먹었고, 반찬은 부드러운 것만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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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체중이 4킬로그램 늘어 있었다.


당연히 나이 탓이라고 생각했다.

운동이 줄어서, 대사가 느려져서.

그런데 최근 나온 연구 하나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브라질 펠로타스 연방대학교 연구팀이 미국에서 900명 이상을 4년간 추적했다.

치아 상태와 체중 변화의 관계를 본 연구다.

결과는 꽤 뚜렷했다.

치아가 적고 잇몸 건강이 나쁜 사람일수록 체중이 늘 확률이 높았다.

특히 어금니를 잃은 사람은 체중 증가 위험이 17%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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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따져보면 복잡하지 않다.

이가 빠지면 씹기가 힘들어진다.

채소, 과일, 견과류 같은 섬유질 음식은 잘 씹어야 넘길 수 있다.

씹는 게 불편해지면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열량 높은 음식으로 손이 간다.

죽, 빵, 국에 밥 말아먹기.


혹시 당신의 부모님도, 혹은 당신 자신도 그렇지 않은가.

씹기 불편해서 피하는 음식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닌지.


미국치주학회 회장은 "치주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라고 했다.

치아와 잇몸을 잘 유지하면 영양 섭취가 좋아지고, 생활 습관도 따라 좋아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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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적인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이번 주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임플란트 미루지 말라는 잔소리가 아니라,

그냥 요즘 뭘 드시는지 한번 물어보려고.


치아 치료나 약 변경은 꼭 담당 치과의사와 먼저 이야기하시길.



[출처]

Muñoz MS, Pola NM, Hilgert JB, et al. Functional tooth unit, periodontal status, and association with weight change in older adults. J Periodontol. 2026;1-12.

https://doi.org/10.1002/jper.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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