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암을 막는 건 아니지만, 숫자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건강검진 결과지가 우편함에 꽂혀 있었는데, 일주일째 안 뜯었다.
누가 "뜯어봐"라고 말해줄 사람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
나도 그랬다.
혼자 살던 시절, 검진 예약을 미루는 건 습관이었다.
대장내시경 받으려면 누군가 데려다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부탁이 귀찮아서 한 해를 넘겼다.
감기가 와도 병원 대신 편의점 약을 골랐다.
대단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혼자니까 그렇게 흘러갔다.
최근 암연구커뮤니케이션즈(Cancer Research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 하나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미국 12개 주, 1억 명 넘는 인구에서 400만 건 이상의 암 사례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다.
결과가 좀 놀랍다.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성인은 결혼한 성인보다 암 발생 위험이 남성 68%, 여성 85% 높았다.
연구팀이 먼저 선을 그었다.
"암을 피하려고 결혼하라는 뜻이 아니다."
"결혼하라는 압박을 느낄 이유도 없다."
결혼이 암을 마법처럼 막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있다.
격차가 특히 벌어진 건 예방 가능한 암이었다.
감염, 흡연, 음주와 관련된 것들.
미혼 남성은 항문암 발생률이 약 5배.
미혼 여성은 자궁경부암이 약 3배.
이건 HPV 예방 접종이나 정기 검진으로 위험을 확 낮출 수 있는 암들이다.
곰곰이 생각하면, 결혼이 주는 건 '치료'가 아니라 '환경'이다.
"검진 예약 넣었어?" 하고 물어주는 사람.
냉장고에 채소가 채워져 있는 부엌.
술자리 셋째 잔쯤에 "그만 마셔"라고 하는 목소리.
그런 것들이 쌓여서 숫자에 찍힌 거다.
50세 넘으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결과도 있다.
나이 들수록 암 위험은 올라가는데,
옆에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검진도, 생활습관도 흐트러지기 쉽다.
나는 지금은 혼자 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연구를 읽고 나서, 혼자 사는 형한테 전화를 했다.
"형, 올해 대장내시경 예약했어?"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직."
결혼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
검진 문자가 왔을 때 "귀찮다" 대신 "가자"로 바꿔줄 무언가가 있느냐의 문제다.
그게 배우자든, 친구든, 핸드폰 알람이든.
약이나 치료를 바꾸는 건 담당의와 상의할 일이지만,
검진 예약 하나 넣는 건 오늘 할 수 있다.
[출처]
Pinheiro PS, Balda AN, Cranford HM, Crane TE, Kobetz EN, Penedo FJ. Marriage and Cancer Risk: A Contemporary Population-Based Study Across Demographic Groups and Cancer Types. Cancer Res Commun. 2026;6(4):783-791. doi:10.1158/2767-9764.CRC-25-0814.
https://doi.org/10.1158/2767-9764.CRC-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