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 스텐트가 바꿀 수 있을까
왼쪽 다리가 붓기 시작한 건
혈전 치료를 끝내고 석 달쯤 지나서였다.
병원에서는 "혈전은 다 녹았다"라고 했는데, 다리는 그 말을 몰랐다.
압박 스타킹을 신고 출근한다.
오후쯤 되면 양쪽 다리 굵기가 눈에 띄게 다르다.
오래 서 있으면 종아리가 묵직해지고,
퇴근길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는 게 아니라
다리를 올려놓을 데를 찾는다.
그런 하루가 1년, 2년 이어진다.
이걸 혈전 후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심부정맥혈전증, 그러니까 다리 깊은 정맥에 피떡이 생기는 병을 겪은 사람 10명 중 4명에게 찾아온다.
혈전이 있던 자리에 흉터가 남으면서 정맥이 제대로 일을 못 하는 거다.
피가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붓고, 아프고, 피부색이 변하고, 심하면 피부에 궤양이 생긴다.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부종을 누르는 압박 스타킹.
새 혈전을 막는 혈액 희석제.
둘 다 이미 망가진 정맥을 고치는 건 아니다.
증상을 버티게 해 줄 뿐이다.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가 있다.
미국 29개 병원, 환자 225명. 골반 쪽 장골정맥이 막힌 사람들이었다.
절반에게는 기존 치료에 스텐트를 추가했다.
스텐트는 그물 형태의 작은 관이다.
막힌 혈관 안에 넣어서 벌려주고 지탱해 준다.
심장 시술에서 쓰는 것과 같은 원리다.
6개월 뒤 결과.
스텐트를 넣은 쪽은 중증 상태가 40%로 줄었다.
기존 치료만 받은 쪽은 61%가 여전히 중증이었다.
삶의 질 점수는 100점 만점에 14점 차이가 났다.
14점이 뭐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매일 오후마다 다리가 무거워서 계단을 피하던 사람이,
계단을 다시 오를 수 있게 됐다면.
그 14점은 숫자 이상이다.
물론 이 연구는 골반 쪽 정맥이 막힌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모든 혈전 후 증후군에 스텐트가 답이 되는 건 아직 아니다.
다만, "어쩔 수 없다"고만 들었던 사람에게 한 가지 선택지가 생긴 건 맞다.
혈전 치료를 끝냈는데 다리가 계속 붓고 아프다면,
다음 진료 때 스텐트 시술이 가능한지 한번 물어봐도 된다.
약이나 치료를 바꾸는 건 담당의와 먼저 상의하자.
[출처]
Vedantham S, Kahn SR, Marston WA, Weinberg I, Sista AK, Magnuson EA, Cohen DJ, et al; for the C-TRACT Trial Investigators. Endovascular Therapy for Post-Thrombotic Syndrome—A Randomized Trial. N Engl J Med. Published online April 13, 2026. doi:10.1056/NEJMoa2519001.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51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