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복용자 7만 명이 레딧에 남긴 말들
약국에서 주사를 맞고 온 날, 손이 차가웠다.
원래 수족냉증이 있긴 했는데, 이건 좀 달랐다.
이불을 덮어도 한기가 안 가셨다.
검색창에 "세마글루타이드 오한"을 쳐봤다.
약 설명서에는 그런 항목이 없었다.
그런데 레딧에 들어가 보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그 레딧 글을 AI로 분석했다.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실린 연구다.
GLP-1 수용체 작용제, 그러니까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하는 사용자 약 7만 명이 올린 게시글 40만 건 이상을 들여다봤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건 이미 알려진 부작용이다.
복용자의 40~85%가 겪는다고 보고되어 있으니까.
레딧에서도 역시 많이 나왔다.
그런데 약 설명서에는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두 가지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하나는 생리 변화다.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출혈이 있거나, 양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부작용을 보고한 사용자 중 약 4%가 이런 생리 변화를 언급했다.
레딧이 남성 사용자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여성 복용자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체온이다.
오한, 안면 홍조, 이유 없이 춥게 느끼는 증상.
피로감도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는데,
기존 임상시험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항목이다.
왜 임상시험에서는 이런 게 잘 안 잡힐까.
임상시험은 가장 위험하거나 가장 흔한 부작용을 찾는 데 맞춰져 있다.
환자가 불편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증상은 보고 기준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
연구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 결과는 결론이 아니라,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신호다."
약이 이 증상을 직접 일으켰다고 확정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가능성은 있다.
GLP-1 약물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체온,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곳이다.
생리 문제나 체온 변화가 여기서 연결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이 연구가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하나는 할 수 있다.
약 먹고 나서 뭔가 달라졌다면, 그걸 무시하지 않는 것.
다음 진료 때 "요즘 이런 증상이 있는데요"라고 한마디 꺼내는 것.
복용 중인 약을 스스로 중단하는 건 안 된다, 반드시 담당의와 먼저.
[출처]
Sehgal, N.K.R., Tronieri, J.S., Ungar, L. et al. Self-reported side effects of semaglutide and tirzepatide in online communities. Nat. Health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