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나서 좀 이상한데, 나만 그런가요

GLP-1 복용자 7만 명이 레딧에 남긴 말들

by 전의혁

약국에서 주사를 맞고 온 날, 손이 차가웠다.

원래 수족냉증이 있긴 했는데, 이건 좀 달랐다.

이불을 덮어도 한기가 안 가셨다.


검색창에 "세마글루타이드 오한"을 쳐봤다.

약 설명서에는 그런 항목이 없었다.

그런데 레딧에 들어가 보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이 그 레딧 글을 AI로 분석했다.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실린 연구다.

GLP-1 수용체 작용제, 그러니까 세마글루타이드나 티르제파타이드를 복용하는 사용자 약 7만 명이 올린 게시글 40만 건 이상을 들여다봤다.


20260421 _ GLP-1 다이어트약, 임상시험에 안 나온 부작용이 레딧에서 쏟아졌다 _ 2.png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건 이미 알려진 부작용이다.

복용자의 40~85%가 겪는다고 보고되어 있으니까.

레딧에서도 역시 많이 나왔다.


그런데 약 설명서에는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두 가지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하나는 생리 변화다.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예상치 못한 출혈이 있거나, 양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부작용을 보고한 사용자 중 약 4%가 이런 생리 변화를 언급했다.

레딧이 남성 사용자 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여성 복용자 비율은 더 높을 수 있다.


20260421 _ GLP-1 다이어트약, 임상시험에 안 나온 부작용이 레딧에서 쏟아졌다 _ 2-1.png


다른 하나는 체온이다.

오한, 안면 홍조, 이유 없이 춥게 느끼는 증상.

피로감도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는데,

기존 임상시험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항목이다.


왜 임상시험에서는 이런 게 잘 안 잡힐까.

임상시험은 가장 위험하거나 가장 흔한 부작용을 찾는 데 맞춰져 있다.

환자가 불편하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증상은 보고 기준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


20260421 _ GLP-1 다이어트약, 임상시험에 안 나온 부작용이 레딧에서 쏟아졌다 _ 2-3.png


연구팀의 말이 인상 깊었다.

"우리 결과는 결론이 아니라,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신호다."

약이 이 증상을 직접 일으켰다고 확정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가능성은 있다.

GLP-1 약물은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체온,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곳이다.

생리 문제나 체온 변화가 여기서 연결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이 연구가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런데 하나는 할 수 있다.

약 먹고 나서 뭔가 달라졌다면, 그걸 무시하지 않는 것.

다음 진료 때 "요즘 이런 증상이 있는데요"라고 한마디 꺼내는 것.

복용 중인 약을 스스로 중단하는 건 안 된다, 반드시 담당의와 먼저.



[출처]

Sehgal, N.K.R., Tronieri, J.S., Ungar, L. et al. Self-reported side effects of semaglutide and tirzepatide in online communities. Nat. Health (2026).

https://doi.org/10.1038/s44360-026-0010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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