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약봉지가 유난히 빨리 줄어드는 달

대기오염이 편두통 응급실 방문을 41% 늘렸다는 연구

by 전의혁

편두통이 오는 날엔, 오기 전에 먼저 안다.

관자놀이가 미세하게 뛴다.

눈 안쪽이 시큰하다.

형광등 불빛이 평소보다 쨍하다.

그게 시작이다.


그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트립탄 한 알을 언제 먹을지 결정해야 한다.

너무 빨리 먹으면 아깝고, 늦으면 소용이 없다.


지난달에는 약봉지가 유난히 빨리 줄었다.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가 특별히 심했던 것도 아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창밖 하늘뿐이었다.

며칠째 뿌옇다가, 며칠째 뜨겁다가, 또 황사가 왔다.


20260423 _ 편두통 응급실 41% 급증, 원인은 이 날씨였다 _ 2-1.png


그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연구를 봤다.

이스라엘에서 7,032명을 10년 가까이 추적했다.


이산화질소, 그러니까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성분이 갑자기 치솟은 날.

그런 날 편두통으로 응급실에 간 사람이 41% 더 많았다.

자외선이 강한 날은 23%.


편두통이 있는 사람에게 환경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고 한다.

더위와 습도 같은 중기 요인은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바꾸고, 공해 급등 같은 단기 요인은 방아쇠를 당긴다.


20260423 _ 편두통 응급실 41% 급증, 원인은 이 날씨였다 _ 2-2.png


그 문장을 읽고, 지난달 기억이 순서대로 정리됐다.


황사 올라오던 수요일 저녁에 처음 깨졌고.

폭염 경보 뜬 토요일에 또 왔고.

월요일에 차 많은 8차선 길을 한참 걸어 들어갔다가 화요일 새벽에 약을 먹었다.


혹시 당신에게도 비슷한 패턴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편두통 일기를 쓴다면 날씨와 대기질까지 같이 적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20260423 _ 편두통 응급실 41% 급증, 원인은 이 날씨였다 _ 2-3.png


원인이라고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관된 연결이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오늘 휴대폰에 대기질 알림을 새로 깔았다.

NO₂, PM2.5.


회사 가는 길이 큰 도로를 끼고 있어서, 수치가 튀는 날엔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릴 생각이다.


방아쇠가 덜 당겨지면, 약봉지도 덜 빨리 줄어들 테니까.



[출처]

Peles I, Novack L, Gordon M, Sarov B, Novack V, Ifergane G. Acute Environmental Triggers and Intermediate-Term Modulators of Emergency Migraine-Related Health Care Encounters. Neurology. 2026;106(9):e214936. doi:10.1212/WNL.0000000000214936.

https://doi.org/10.1212/WNL.000000000021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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