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는 연습이, 뇌를 늦추는 날

원숭이 20년 연구가 남긴 힌트는 ‘극단’이 아니라 ‘지속’이었다

by 전의혁

먹는 걸 줄이겠다고 마음먹는 날은 대개 지친 날이다.


저녁 9시, 싱크대 옆 조명만 켜고 밥그릇을 들었다. 손목에 남은 하루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밥을 한 숟갈 더 뜰지 말지 잠깐 망설인다. 그 망설임이, 사실은 뇌까지 닿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늙어가는 속도를 늦추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기억력이 흐릿해지는 날이 늘어날수록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요즘 왜 이렇게 단어가 잘 안 떠오르지?” 같은 순간이 잦아졌나?


20년 동안 칼로리를 30% 줄인 붉은털원숭이에서, 뇌 노화 지표가 느려졌다는 연구가 『에이징 셀』에 실렸다. 보스턴대학교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함께한 연구였다.
칼로리 감소는 교세포 건전성과 신경세포 연결성의 완전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였다.


원숭이가 자연사한 뒤 부검으로 확인했을 때, 칼로리 제한 군은 대사 기능 이상과 산화 손상이 더 낮았다.
연령 관련 교세포 기능장애가 더 적었고, 신경세포 연결성에 중요한 수초 완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 결과 백질이 대조군보다 더 잘 보존됐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20년 동안 30%를 줄였더니, 뇌가 덜 늙었다.


20251225 _ 칼로리 제한 30%, 뇌 노화가 느려진 이유는 _ 2.png


이 연구는 1980년대에 시작됐고 총 24마리(암컷·수컷)가 포함됐다. 연령은 22~37세였고 중앙값은 32.1세였다. 연구진은 이를 인간 66~108세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설명한다.
붉은털원숭이는 실험실에서는 30대 후반까지 살 수 있지만, 야생의 평균 수명은 약 19년이라는 문장이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원래 목적은 수명 연장이었고, 실제로 수명 연장 효과가 있었다.
대조군은 정상적인 균형 식단을 먹었고, 칼로리 제한 군은 유사한 식단에서 칼로리만 30% 줄였다.
이번 결과는 “설치류 같은 단수명 종에서 보던 신경보호 효과가 장수 종에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제1저자 아나 비탄토니오는 말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마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연구는 인간에게 ‘극적으로 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존된 기전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인간에서 칼로리 감소 상황의 노화 생체표지자를 평가하는 임상시험 CALERIE도 함께 언급했다.


하지만 30%는 큰 폭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양사 미셸 루텐스타인은 “수십 년 동안 30% 적게 먹는 것은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인간에서는 근육 손실, 영양소 결핍, 피로, 그 밖의 건강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며, 실험실 원숭이에서 효과가 있는 것이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대사, 활동 수준, 영양 요구량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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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는 ‘덜 먹기’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덜 먹을지’로 옮겨간다.
루텐스타인은 개인 맞춤형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가 극단적 제한의 단점 없이도 유사한 이점을 많이 줄 수 있다고 했다.
CALERIE를 인용하며, 칼로리 섭취를 약 12%~25%처럼 더 작은 폭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 염증, 콜레스테롤, 전반적인 대사 건강 개선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교세포라는 단어는, 내게는 오래 ‘뒤에서 받치는 조연’처럼 느껴졌다.
비탄토니오는 뇌가 뉴런과 교세포의 이질적인 혼합인데도, 연구는 역사적으로 뉴런에 집중해 교세포를 보조로 여겨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고해상도 기술 덕분에, 교세포가 가소성, 학습, 노화 과정에서 능동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한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의 상주 면역세포로 환경을 감시하고 찌꺼기를 제거하며 연결을 가지치기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어 염증 촉진 상태가 될 수 있고, 그 결과 보호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수초를 만들어 빠른 전기 전도를 가능하게 하고, 축삭에 대사적 지지를 제공한다.


한 세포의 손상은, 도미노처럼 번진다.


비탄토니오는 노화 과정에서 희소돌기아교세포가 손상을 축적하고 수초화 능력을 잃어 신호 전달이 감소하며 뉴런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뉴런과 다른 교세포 유형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라서, 어느 한쪽의 손상이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칼로리 제한은 이런 연령 관련 기능장애와 싸우는 것으로 보였고, 실제로 희소돌기아교세포의 산화 손상과 미토콘드리아 DNA 손상이 유의하게 더 적었다고 한다. 미세아교세포에서는 염증이 더 적게 관찰됐고, 더 항상성 있고 덜 반응성인 면역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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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내 그릇 앞의 현실은 단순하다.
뇌 노화는 유전, 신체활동, 수면(sleep) 같은 많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비탄토니오는 덧붙였다. 결국 식단은 ‘전부’가 아니라 ‘한 축’이다.


오늘 내가 고르는 쪽은 극단이 아니라, 작게 오래가는 쪽이다.
영양 밀도가 높은 음식과 규칙적인 활동을 붙잡고, 칼로리를 약 10~20% 정도로 ‘적당하게’ 줄여보는 방식이 더 실용적이라는 루텐스타인의 말이 남는다.
식단을 바꾸거나 칼로리를 줄이는 선택은 시작 체중과 식단의 질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니, 내 몸의 상황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함께 확인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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