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주는 ‘생각’이 아니라 ‘재배선’으로 지나간다
밤이 늦으면 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정리를 한다.
한 곡이 끝나기 전에, 손이 먼저 박자를 찾는다.
머리는 비어 있는 것 같은데, 몸은 이상하게 정확해진다.
그건 감정이 앞서서가 아니라, 뇌가 실시간으로 길을 바꾸는 탓일지도 모른다.
창의성은 늘 “전개되는 과정”을 잡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음악 즉흥연주는 드물게도, 자발적 아이디어 생성이 실제로 일어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이미징 연구가 바로 그 장면을 들여다봤다.
숙련된 재즈 피아니스트 16명이 스탠더드 곡 “술과 장미의 나날(Days of Wine and Roses)”을 연주하는 동안, 뇌가 어떻게 재조직되는지 살핀 것이다.
조건은 세 가지였다. 기억으로 연주하기(byHeart), 멜로디를 바탕으로 즉흥연주하기(iMelody), 그리고 코드 진행 변화 위에서 자유롭게 즉흥연주하기(iFreely).
같은 곡인데, 자유가 늘수록 뇌의 연결 방식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과 시간에 따라 뇌가 서로 다른 네트워크 하위상태로 동적으로 재조직되는 양상을 추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는 단순히 “어느 부위가 켜졌다”가 아니었다.
창의적 자유의 수준이 서로 다른 뇌 네트워크 결합 패턴을 활성화했고, 뇌는 그때그때 다른 조합으로 이동했다.
즉흥연주의 강도가 바뀌면, 계획·지각·자발적 창의성과 연결된 반복적 네트워크 구성도 달라졌다.
연구팀은 두 가지 즉흥연주 조건에서 청각, 운동, 현저성(salience) 네트워크의 활성 증가를 관찰했다. 이 네트워크들은 음악 지각, 운동 실행, 쾌감과 관련된다.
자유로운 즉흥연주로 갈수록, 감각-운동과 쾌감 쪽이 더 두드러졌다.
반대로 ‘구조’가 있는 즉흥연주는 다른 기울기를 보였다.
제약된 즉흥연주에서는 집행 및 평가 네트워크가 더 많이 동원됐다.
즉, 멜로디를 붙잡고 움직일 때는 “이게 맞나”를 점검하는 처리로 더 기울고, 코드 위에서 더 자유롭게 풀릴 때는 “일단 가보자”에 가까운 감각-운동 반응이 강화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집행 통제 네트워크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관여했다.
자발적 사고, 성찰, 의사결정과 연결된 이 네트워크들은 즉흥연주 자유도의 수준에 따라 참여 방식이 달라졌다.
특히 더 자유로운 iFreely에서는 구별되는 하위상태에서 이 네트워크들의 공동 활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표시됐고, 연구진은 이것이 복잡한 계획을 뒷받침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흥은 ‘무계획’이 아니라, 계획의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연구를 조정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정리했다.
즉흥연주 자유도의 증가는 뇌 네트워크 관여의 ‘이동’과 대응하며, 제약된 즉흥연주에서는 집행·평가 네트워크가 더 크고, 더 자유로운 창의적 표현에서는 청각-운동 및 현저성 네트워크 활동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연구잔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존 모델을 확장하되, 고립된 정적 활성보다 시간에 따른 네트워크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부각해야 한다고 했다.
즉흥연주란, 뇌가 실시간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네트워크들 사이를 동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 연구를 읽고 나서, 음악을 듣는 내 습관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집중이 안 될 때는 구조가 있는 곡을 틀고, 마음이 풀릴 때는 더 열린 연주를 찾아가던 이유 말이다.
머리가 아니라, 뇌의 연결이 그쪽을 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한 번만 이렇게 해보자.
익숙한 곡을 ‘기억대로’ 듣고, 다음 곡은 ‘흐름대로’ 들어보는 것.
내가 어떤 순간에 더 통제되고, 어떤 순간에 더 자유로워지는지, 그 차이를 몸으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