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무거운 날, 심장도 같이 무거워진다

우울과 불안은 ‘스트레스 회로’를 통해 심장에 부담을 남긴다

by 전의혁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슴이 먼저 뛰는 날이 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그럴 때면 “이건 마음의 문제”라고만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건 나만의 오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12월 17일 ‘미국 심장협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우울증과 불안이 심근경색, 심장질환, 뇌졸중 위험 증가와 연관돼 있고, 그 연결고리가 ‘스트레스’라는 생물학적 경로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심장 PET/CT 영상 임상시험을 이끄는 셰이디 아보하셈 박사는 정서적 고통이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며들어”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더 명확한 그림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음은 머릿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251227 _ 우울·불안이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 _ 2-3.png


연구진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대규모 진행 중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85,500명 이상 자료를 분석했다.
참가자 중 약 15,000명은 우울과 불안을 모두 가지고 있었고, 15,800명 이상은 둘 중 하나(우울 또는 불안)만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는 두 질환 모두 없었다.
참가자들은 3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추적 관찰됐고, 그 사이 3,000명 이상이 심근경색, 심부전 또는 뇌졸중을 겪었다.


선임연구자 아메드 타와콜 박사는 이전 보고들과 일치하게 우울과 불안이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의 더 높은 위험과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울과 불안을 모두 진단받은 사람들은 한 가지 질환만 진단받은 사람들에 비해 대략 32% 더 높은 위험에 직면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연관성은 흡연, 당뇨병, 고혈압 같은 전통적 위험 요인뿐 아니라 생활습관 행동, 사회경제적 요인의 차이를 보정한 이후에도 강하게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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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결국 한 문장으로 바뀐다.
둘 다 겪고 있으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왜”였다.
뇌 영상 자료 분석에서 우울 또는 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연관된 뇌 영역인 편도체 활동이 증가해 있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이들 참가자에서는 염증과 연관된 단백질인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도 더 높았다.


아보하셈 박사는 이 변화들이 함께 정서적 스트레스와 심혈관 위험을 잇는 생물학적 사슬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뇌의 스트레스 회로가 과활성화되면 몸의 ‘투쟁-도피(fight or flight)’ 시스템을 만성적으로 촉발할 수 있고, 그 결과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만성 염증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변화가 혈관을 손상시키고 심장질환을 가속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 설명을 들으며, 내 몸의 반응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불안할 때 손끝이 차가워지고, 밤에 잠이 얕아지고, 이유 없이 심장이 빨라지는 그 순간들이 “기분”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
식이나 운동만으로 심장 건강을 이야기하기 어렵고, 정서적 건강도 그 일부라는 말이 그래서 현실적으로 들린다.


다만 연구진은 중요한 한계를 함께 적었다.
이번 연구는 관찰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기분 장애와 심장 문제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
우울과 불안이 심장질환을 유발하는지, 아니면 심장질환과 함께 나타나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51227 _ 우울·불안이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 _ 2-1.png


그래도 방향은 제시됐다.
연구진은 현재 스트레스 감소 치료나 생활습관 변화가 기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심장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아보하셈 박사는 임상의들에게 정신건강을 심혈관 위험 평가의 필수 요소로 보라는 메시지라고 했고, 환자들에게는 만성 스트레스·불안·우울을 다루는 일이 심장 건강의 우선순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작은 선택은 하나다.
내가 겪는 불안과 우울을 “마음만의 일”로 축소하지 않는 것.
숨이 자꾸 가쁘고 가슴이 불편한데 마음도 오래 무겁다면, 정신건강과 심장 건강을 함께 놓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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