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의 작은 반창고, 큰 질문

일부 약독화 생백신은 ‘표적 밖’ 효과까지 시사한다

by 전의혁

백신 이야기는 늘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밤 9시, 약국 셔터를 내리고 계산대 위에 남은 접종 안내지를 정리할 때가 있다.

종이 끝이 손끝에 닿는 느낌이 유난히 거칠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한 번 더 문장을 읽는다.

“예방.” 그런데 그 단어가 오늘따라 너무 짧다.


그건 호들갑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호기심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감염을 막는다”라는 설명 뒤에 공백이 남을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접종을 떠올리다가, 그 바깥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적이 있나?


오랫동안 백신은 질병 특이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널리 사용되는 일부 백신은, 의도된 병원체로부터의 보호를 넘어 더 광범위한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돼 왔다.

특히 특정 약독화 생백신은 전체 사망률을 낮추고, 표적과 무관한 질병으로부터도 보호할 수 있다는 관찰이 정책과 평가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20251229 _ 백신, 감염 예방 그 이상일까 비특이적 효과 _ 2.png


가장 많이 연구된 사례는 1921년에 처음 투여된 BCG 백신이다.

결핵 예방 외에도 다른 호흡기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와 연관돼 왔고, 영아 사망률이 높은 환경에서는 5세 미만 아동의 전체 사망률이 30%~53% 감소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홍역 백신도 홍역 자체의 보호를 넘어, 이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26%~49% 감소하는 것과 연관됐다는 관찰이 있었다.

저·중소득 환경에서 널리 쓰인 경구 폴리오바이러스 백신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기술돼 왔다.


생백신이 남기는 것은 항체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세 백신의 공통점은 모두 약독화 생백신이라는 점이다.

항체 매개 적응면역보다 먼저 작동하는 ‘1차 전선’ 선천면역과 관련된 이유로, 특정 표적 이외의 질병에 대해서도 보호 효과가 유도될 수 있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현상은 백신 접종의 비특이적 효과로 불린다.


이 분야의 영향력 있는 연구자로는 남덴마크대학교의 크리스틴 스타벨 벤과 그리고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에서 약 20만 명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며 백신과 보건 개입의 실제 효과를 연구하는 보건·인구 감시 기반 연구 반딤 건강 프로젝트(BHP) 설립자 피터 아비가 있다.

두 사람은 비특이적 효과 연구의 약 35%에 공동저자로 참여했고, 벤은 최근 학술지 ‘백신(Vaccine)’에서 이런 발견을 고려해 예방접종 정책을 재검토하고 평가에 비특이적 효과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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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능성’은 아직 ‘정책’이 아니다.


이 결론은 강하게 비판받아 왔다.

덴마크 아르후스 대학교(Aarhus University)의 헨리크 스토브링과 동료들은 ‘백신’에 발표한 분석에서 통계 분석의 질을 문제 삼았고, BHP 연구자들에 의해 거짓양성 결과가 출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BHP는 이에 대한 반박 답변을 발표했고, 비판자들은 BHP 외의 연구자들에 의해서도 비특이적 효과가 보고된 바가 있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해당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하고 확인을 기다리는 탐색적 자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이야기는 감염병의 울타리 밖으로 조금 더 나아간다.

BCG를 접종받은 신생아를 포함한 연구에서는 영아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고, 접종한 소아 21명당 1명의 사망이 예방된 것으로 보고됐다.

BCG는 이미 방광암 치료에서 BCG 요법으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악성흑색종과 간세포암에 대한 잠재적 효과도 연구돼 왔다.

또 방광암으로 BCG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과 기타 연령 관련 치매의 예방 효과를 시사한 연구도 있었고, 제1형 당뇨병에서 혈당 조절과 관련된 가능성도 언급됐다.

실험적 약독화 비강 내 백일해 백신 연구에서는 동물 모델에서 알레르기성 기도 염증이 감소하고 폐 기능이 개선됐다는 전임상 근거로, 천식과 COPD에 대한 잠재적 보호 효과가 시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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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백신을 믿거나 의심하는 쪽으로 급히 달려가지 않는 것이다.

접종 안내지 한쪽에 “무엇을 확실히 아는가”와 “아직 확인을 기다리는가”를 조용히 나눠 적어두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접종이나 치료를 바꿔야 할 상황이라면, 그 결정은 늘 개인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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