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의 생명은, 장에서부터 환영받을까

마이크로바이옴 산모 면역을 ‘관용’으로 훈련한 전임상 새 연구

by 전의혁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길다.
진료실 문 앞 의자, 손바닥에 남는 차가운 휴대폰 촉감, 아무 말 없이 돌아오는 집길.
마음은 자꾸 “왜”를 찾고, 몸은 그 질문을 따라 더 조용해진다.


그건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일에 오래 서 있는 감각에 가깝다.
나도 그랬고, 특히 ‘원인을 모른다’는 말이 가장 무겁게 들릴 때 더 그랬다.
혹시 당신도 이유가 없다는 말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린 적이 있나?


12월 17일 『Cell』에 실린 웨일 코넬 의과대학 연구진의 전임상 연구는, 그 “왜”의 방향을 장내 미생물 쪽으로 돌려놓는다.
장내 미생물이 임신 중 발달하는 태아에 적응하도록 산모의 면역계를 ‘훈련’시키는 데 핵심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유익한 장내 세균이 생쥐에서 임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면역 반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됨을 보여줬다.


20251230 _ 마이크로바이옴, 임신 유지에 ‘면역 훈련’이 될까 _ 2.png


임신 중 면역계는, ‘낯선 존재’를 적으로 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웨일 코넬 의과대학 소아과 면역학 멜로디 젱 박사는 임신 중 산모의 면역계가 태아가 해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도록 훈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산모의 면역계가 태아를 공격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그 공격이 반복 유산이나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반복 유산을 경험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에서 근본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대목은, 이 연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두 가지 생쥐 모델에서 산모의 면역 반응을 관찰했다.
하나는 세균·곰팡이·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무균 생쥐였고, 다른 하나는 유익균을 교란시키기 위해 항생제로 처리한 생쥐였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총을 가진 생쥐와 비교했을 때, 무균 생쥐와 항생제 처리 생쥐에서는 태반의 과도한 염증이 나타났고, 그 결과 태아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무엇이 과도해졌는지도 적혀 있다.
이들 생쥐에서는 인터페론-감마를 생성하는 T세포가 늘었고, 발달 중인 태아를 공격할 수 있는 항체도 과도한 수로 발생했다.
반대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총을 가진 임신 생쥐는 태아에 대한 관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호 면역세포 두 종류를 만들어냈다.
골수 유래 억제세포(MDSCs)와 RORγt+ 조절 T세포(pTregs)였다.

이 두 세포는, 태아를 ‘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존재’로 분류하게 돕는 쪽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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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건강한 장내 미생물총을 가진 임신 생쥐의 양수에서 특정 장내 미생물이 만든 트립토판 유래 대사체가 확인됐고, 이 대사체가 산모-태아 접점에서 보호 면역세포를 유지해 면역 관용을 촉진한다고 제시했다.
장내 미생물이 만든 ‘작은 분자’가, 태아를 향한 면역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숫자 하나가 이 연구의 긴장을 풀어 준다.
무균 생쥐에 트립토판 대사체 또는 이를 생산하는 세균을 투여했을 때, 태아 생존 비율은 50%에서 95%로 증가했다.
반대로 이 경로와 관련이 없는 장내 세균을 투여했을 때는 임신 결과가 개선되지 않았다.
무엇이든 넣어서 좋아진 것이 아니라, ‘그 경로’가 중요했다는 뜻이다.


연구는 인간 쪽에서도 조심스럽게 발을 디딘다.
연구팀은 반복 유산을 경험한 여성들의 임신 종료 후 자궁에서 떨어져 나온 탈락막 조직을 분석했고, 트립토판 유래 대사체 수준이 감소했으며 MDSCs와 pTregs 수도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제1저자 줄리아 브라운 박사는 생쥐에서 확인한 동일한 면역세포들이 인간 임신에서도 중요해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인간 임신에서 이 면역세포들과 트립토판 대사체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결론은 ‘당장’이 아니라 ‘다음’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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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임신 중 면역 관용을 촉진하는 데 장내 미생물이 수행하는 역할을 더 조사하고, 표적 치료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의사들과 협력해 유익한 장내 미생물 또는 그 대사체를 강화하는 보충제나 중재가 만삭 임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고 했다.
젱 박사는 언젠가 이 통찰을 활용해 불임이나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 반복 유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은 해답을 단정하지 않고, 다만 숨이 조금 편해지는 문장 하나만 남기고 싶다.
이유가 비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길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연구는 전임상 결과이니, 장내 미생물이나 보충제 같은 선택을 스스로 결정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하며 내 상황에 맞는 방향을 찾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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