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시도하려고 할 때, 나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공감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아래 글은 독후감과 같은 저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책 및 강의 내용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문제가 될 경우, 댓글이나 브런치의 '제안하기' 기능을 통해 말씀주시면 조치하겠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할 때, 특히 사업을 시작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아이템을 발굴하고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실제로 사업의 사이클을 한 번 돌아보니, 아이템의 중요성은 여러 번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목표 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과연 나의 서비스를 구매해 줄 타겟은 얼마나 될까? 타겟시장이 너무 작으면 내가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적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구글링을 한다. 특정 리서치 기관에서, 협회에서 제공하는 '10조 시장', '300억 시장'등의 데이터를 보면서, 시장은 크면 클 수록 좋다는 생각에 '10조 시장'을 선택하고 사업계획서에 그래프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과연 시작 지점에서 자신의 레벨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괜찮은 아이템을 찾아도, 괜찮은 목표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분야라도, 그 모든 것을 실현해 낼 나 자신에 대한 파악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말짱 꽝인데 말이다.
당신은 어디까지 경험했고, 해낼 능력이 있는가? 아이템은 그 다음의 문제다. 대부분 계획 중인 사업은 시작해보지 않은 것이기에, 희망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어 있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내가 못할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한다.
아이템 A, B, C가 있다고 치자. 이것을 고르는 데 1달을 쓰고, 노력 끝에 B를 정한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한 아이템이고, 성공한다면 뭔가 근사한 사업의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아둔 자금이 있으니 개발자를 채용하고, 마케팅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무실을 구하고, 직원을 채용한다.
그러나 개발에서 막힌다. 개발자를 뽑으면 뚝딱 만들어줄 줄 알았다. 개발자는 알고 있다. 내가 개발을 모르는 대표라는 것을. 조금만 막혀버려도 해결할 의지가 없다. 대표에게 '이 작업은 개발관점에서 봤을 때 힘들 것 같아요'. '좀 더 상세한 기획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작업은 불필요해 보여요'라는 말을 늘어놓는다. 대표는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그럼 그렇게라도 해주세요', '정말 어렵나요?'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서비스는 산으로 간다.
특정 임계치에 다다르면, '저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답변이 날라온다. 대표는 주변 지인들 중 개발을 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조언을 들어보지만, 내 아이템을 직접 개발해 보지 않은 조언자는 해줄 말이 없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애써 투자하여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다음 아이템도 똑같이 반복했는데, 운이 좋게도 좋은 개발자를 만나 시스템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다음은 마케팅의 세계다. 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피드를 만들고, 구글 광고를 돌리고, 어줍잖게 블로그를 작성해보지만 시장의 반응은 없다. 애써 쿠폰으로 고객을 모아보지만, 고객들은 내 서비스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는다. 불평을 개선하기 위해서 또 개발 고도화에 착수하고 투자금을 넣는다. 이 과정 또한 임계치에 다다르면, '아이템을 잘못 선택했구나'라는 쓸쓸한 스스로의 피드백과 함께 사업을 정리한다.
다음 아이템은 시스템 개발 및 마케팅에 성공했다. 출혈이 심했지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덕분에 많은 사용자들을 모았다. 조금만 더 고도화하면 눈 앞의 고지에 다다를 것 같다. 그런데 통장에서 비상신호가 감지된다. 투자금이 필요하다. 급하게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참담하다. '타겟시장이 매력적이지 않아요. 너무 작은데요'. '수익모델이 너무 빈약하지 않아요? 이 모델이라면 광고수익밖에 나지 않을 것 같은데, 투자금 회수도 어려울 것 같아요' 등등. 애써 구축해 놓은 시스템 유지비용과 인건비 때문에 자금이 마른다. 결국 직원을 해고하고, 시스템 고도화를 멈춘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빚을 지고 사업을 정리한다.
지금까지의 글을 읽어 보면 대부분 공감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논리적으로는. 하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 의심은 끝날 줄 모른다. '글쓴이의 상황과 내 상황은 다른데?', '나는 이정도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직장생활 하면서 배워둔 것이 있어'등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객관적으로 나의 레벨을 측정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간단하다. 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거창해서는 안 된다. 아주 작은 분야의 사업부터 시작하면서 자신의 레벨을 측정하는 것이다. 레벨 1이라고 생각하는 아주 작은, 단순한 사업부터 경험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앱을 개발하여 플랫폼을 구축하고, 스타트업의 스마트한 문화를 만들고, 투자자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을 꿈꾸겠지만 - 크몽에서 피피티 한 장이라도 먼저 팔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사업의 본질은 통한다는 말을 믿는다. 아주 작은 단위의 사업이라도, 타인을 행복하게 하거나 불편을 해소시켜주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본질. 애초에 당신이 생각한 사업보다 초라하고 보잘것없을 수 있지만, 이 본질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단 1원도 벌지 못할 것이다. 그 과정을 A부터 Z까지 경험해 보면, 그제서야 나의 레벨을 알 수 있다. 사소한 프로젝트를 여러개 진행해볼수록, 나의 레벨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선명해진다.
레벨이 낮은 사업일수록, 구축하는 시간은 정말 짧다. 심지어 아이디어만 있다면, 하루 만에 서비스를 런칭할 수도 있다. 비용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해 보면, 내가 정말 쉽게 생각했던 사업 시스템을 구성하는것도 단계마다 턱턱 막힐 것이다. 나의 거창한 상상속의 목표가 현실과 밸런스를 맞추게 되고, 나의 레벨을 인지한 채 다시 사업구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땐, '너의 분수를 알라'는 말이 그렇게도 싫었고 불쾌했다. 누가 나의 분수를 정한다는 말인가. 나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 믿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훗날,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시간, 또는 시점'의 개념이다.
'너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 '지금 너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인간은 성장하는 동물이다. 또한, 자본주의는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저 문장에서 말하는 '분수'는 고정값이 아닌 변동값이다. 그걸 알아야 한다. 알면, 기분나쁠 일이 없다. 그저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보면 된다. 그리고 생각해라. 지금 나의 레벨에 맞는 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한 그 시점에서의 '분수'를 파악하고 좀 더 고도화 된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3억이라는 큰 돈을 잃었고, 오랫 동안 그려왔던 세계가 바벨탑이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너뜨렸던 시간들을 통해 위의 내용들을 피부로 와닿게 느꼈다.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 다시 하나씩 탑을 쌓아올리기엔 너무 지쳐있었던 시간들.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다시 쌓아가고 있는 과정에서 내가 느낀 순간들을 적어보았다.
정부지원사업이 한창이다. 예비창업자 단톡방을 운영하면서, 핑크빛 미래에 설레어하는 창업자들의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앞으로의 지난한 과정 전에 느껴볼만한 소중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스타트업 병에 걸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큰 꿈을 그려나가는 나 자신으로 가스라이팅하고자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면 언젠가 그 댓가를 처절하게 치르는 날이 온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그 설레임을 알기에,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소심하게 브런치에 생각을 정리해 본다. 부디 나의 경험이, 이제 창업을 시도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3년 봄날, 사업을 준비하는 모든 창업자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