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풍경 -
Mendelssohn (Auf Flügeln des Gesanges) Op.34 No.2 멘델스존 - 노래의 날개 위에
라는 음악을 들으면서 맞이하는 한가한 일요일 아침이다.
보통의 일요일보다 오늘이 더 여유롭다.
지난 일주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빈탄 섬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이곳 집이 그냥 좋다.
모든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다녀온 싱가포르여행에 대하여 쓸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다녀온 곳도 잊히기 마련인데, 그전에 적으면서 여행지의 흔적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여행은 어쩌면 지금이 아닐까?
그곳에 있었던 시간은 눈과 귀가 낯선 곳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은 그 시간의 느낌과 감각이 다시 살아나기에 이곳을 벗어나 마음이 여행지에 가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것에 드는 감정은 요즘 나 스스로에게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다.
설렘이나 기대보단 왠지 숙제를 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그간의 여행에서 쌓여온 여행지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과 육체적 한계..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고정 마인드셋이 성장 마인드셋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
미국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늘 하던 대로 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것을 상상하지 않으면서 한계를 긋는 태도를 '고정 마인드셋'이라 불렀다. -아비투스, 도리스 메리튼 책 인용 -
늘 있던 곳이 낯선 곳보다 좋은 것,
늘 먹던 것이 새로운 음식보다 더 맛있다는 것,
늘 자던 내 방이 호텔 방보다 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것,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앉아있는 것이 좋다는 것.
이 모든 고정 마인드셋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런 나를 탓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다.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고 듣고 행하는 것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고 하는데, 경험하는 것과 배우고 듣는 것이 부족하니, 한 자리에 붙어있는 고정값의 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다녀가세요", 아들의 제안이다.
해양 내비게이션 개발 업체의 대표로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아들이 신정 무렵, 집에 와서 우리 부부를 초대했다. 가보지 못한 곳이면서도 익숙한 곳이다. 동생이 두 아들을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보내서 오랜 시간을 기러기아빠로 살았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떠날 때는 털목도리, 털장갑, 두꺼운 외투였는데, 싱가포르 창이(Changi) 공항에 내려보니, 한여름이다. 겨울치고는 많이 덥지 않은 날씨라고 하는데도, 가는 곳마다 에어컨과 천장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Avenue South Residence는 주로 외국인이 거주하는 건물이었는데, 50층이 넘는 건물에서 아들은 35층에 입주하여 살고 있었는데, 테라스는 외부로 트여 있어서 나가 보니, 그 높이감에 아찔한 느낌이었다.
해양 내비게이션 사업을 생각해서 바다와 정박해 있는 배들이 보이는 위치의 주거지를 정했다고 한다. 리빙룸에서 멀리 인도네시아 섬이 보였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건축물과는 다른 구조로 되어있었다. 입주민들의 각자 개별공간은 에어컨과 냉장고는 빌트인이었으나, 겨우 한 사람이 서있을 정도의 싱크대를 갖춘 부엌과 다이닝룸 dining room이 너무 작았다.
욕실과 침실, 그리고 리빙룸 Living room이 전부 인 그 집이 한화로 월세 450만 원이라고 한다.
물가가 비싸다고 하지만, 상당한 금액이다.
Residence의 1층은 공용 야외 공간이다. 날씨가 더워서 겨울인 지금도 기온이 25도를 넘어가기에 언제든 수영할 수 있는 야외 풀장은 건물을 둘러 배치되어 있었다.
온갖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 마치 거대한 식물원에 있는 것처럼 레지던스 주변에는 식물원을 걷는 것 같은 코스 산책길이 배치되어 있다.
고기를 굽거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바비큐 시설과 식사 테이블을 갖추고 있어서 굳이 집안에서 복닥거릴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공유 공간으로 piano room, meeting room, study room이 따로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공용 공간으로 심지어, 가장 좋은 뷰를 가지고 있는 곳에 배치되어 입주민들이 언제 든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입주민은 미리 실 사용 예약으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 피아노를 개별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고, 연주의 소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무척 부러웠다.
굳이 개별 공간이 넓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레지던스에서 회사 사무실까지는 Grab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여 근처의 개인 차량을 잡아서 이동하였다.
회사는 Marina One Residences의 공유 오피스에 위치하고 있었다. 평일 근무 시간이라 많은 직장인들이 정장 차림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새벽 2시에 입국하여,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가 집과 회사를 둘러보았으니 점심 식사 때가 되었다.
싱가포르 강 주변의 sea food 음식을 미리 예약해 두어,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칠리 크랩과 새우튀김, 그리고 볶음밥.. 이렇게 점심메뉴로 식사를 하였다. 특히 새우튀김은 튀김옷이 맛있어서, 식료품점에서 구입해가고 싶을 정도여서 fair store에서 물어봤는데, 구입할 수 없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아들이 우리에게 대접해 주니, 맛있게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식사비가 40만 원을 넘어갔다. 또 한 번 놀라운 물가였다.
캐리어 두 개에 모두 음식물로 가득 채워 아들 집을 간 이유였다.
불고기, 제육볶음, 장조림, 매실장아찌, 각종 밀키트로 꽉 채우고 심지어 김치까지 한 통 담아서 캐리어 무게를 달아서 담아갔는데, 그걸 끌고서 낑낑 대면 서갔는데, 도착해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내외는 오후에 회사 박람회로 인도로 출국해야 해서, 이제부터는 우리 부부만의 여행이었다.
싱가포르의 hot spot이라 들어왔던 곳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숙소 호텔에서 시내로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향했다.
주변에 흐르고 있는 Marina Bay를 따라서 Marina Bay Sands 호텔을 지나서 Gardens By The Bay을 들렀다. 둘러봐야 하는 이름답게 아름답고, 깨끗한 정원이었다.
Merlion park를 안 가볼 수 없다. 머라이언은 해양업이 주요 산업이 싱가포르에서 머리는 사자, 몸통은 인어로 입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는 인어+사자의 조형물 앞에서 사람들은 물을 받아마시는 사진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저마다 촬영하고 있었다.
저녁 야경을 꼭 봐야 한다는 말에 공원 벤치에 앉아서 햄버거와 버블티를 마시면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돌아온 한국.
집에서 12시간을 자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나섰다.
오래 앉아있어 아픈 허리에 침을 맞기 위해 한의원에 가기 위해서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면서 공원길을 걷다 보니, 저절로 마음이 평화롭다. 온갖 이유가 생각난다. 우리나라가 좋은 이유가.
걷다 보니, 어느새 동네 재래시장에 도착했다.
옷을 수선하기 위해 들른 동네 재래시장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 뭐가 제일 맛있는지 물었더니, 보리밥이라고 한다. 보리밥이라는 단어에 입맛이 돌아온다 온갖 나물이 한상 가득 나오고, 청국장찌개에, 달걀찜까지 한상 푸짐하게 차려져 나온다. 고추장에 들기름을 듬뿍 넣어서 비벼서 먹으니, 한 입 가득 맛있다.
비로소 마음까지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