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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 in the Wind

- 마음 풍경 -

by 산들바람 Mar 08. 2025

드디어 긴 겨울방학이 끝났다.

석면 공사로 7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이 돌아온 학교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학교 공간 안에서 움직이고,

그들의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공간을 깨운다.

1층 로비에 있는 피아노 앞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아름다운 연주도 들려준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소리도 훌륭한 음악이다.

휴식도 좋지만,

다시 찾은 학교의 일상이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때로는 힘들게도 하지만,

그 아이들이 있어서,

하루하루의 활기를 찾아가는 것이 또 우리들이다.


내일이 개학이라 생각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1교시 입학식에서 무슨 이야기로 처음 출발을

응원할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맴돌았다.  

새로운 시작은 어른에게도 이와 같구나.. 싶었다.

기대와 걱정.

얼마 전 나에게 온 그림을 이야기 소재로 삼으려고

새벽에 사진으로 찍어 정리했다.



Tree in the Wind


날마다 해가 뜨고, 지고 시간이 흐른다.

서귀포 앞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후

거친 바람이 흔들어놓고

눈발이 내려앉았고

빗방울이 수없이 내리 꽂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저 하는 일은 뿌리로 단단히 버티는 것.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폭풍에 할퀴여서 한쪽은 말라진 팔 가지만 남았다.

견디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그래도 살아있다.


여기 이곳에서

모든 것은 왔다가, 사라지고

오롯이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도 살아있다.


어느 날은 달빛이 어린 바다를 보고

별이 쏟아지는 날도 있으니

모든 날이 아프지는 않아서

살아볼 일이다.


그래서 살아간다.


2025년 3월 4일

중학생으로 입학한 새 나무들이 학교에 왔다.

그 존재 앞에서 경계의 끝을 세우지 않고

무한히 뻗어나갈 나무를 본다.


바람 끝에 선 나무를 보여주었다.

살아가는 일이 이와 같음이라,

더 강하게 버티고 서서

세상에 뽐낼 그 나무들이 벌써 자랑스럽다.

사랑해. 나무들!!

함께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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