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풍경 -
봄에 겨울이 왔다. 손님처럼 눈이 내린다.
봄날의 새싹 눈을 덮는 하늘 눈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봄의 새싹 눈을 살짝 덮는다. 겨울이 가면서 이별의 편지처럼 하늘 눈을 보낸다.
새싹눈이 열리면서 봄이 온다 싶었는데, 봄꽃을 기다렸는데, 가는 겨울도 아쉬웠나 보다.
일요일 오후 카페에서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다가, 우연히 내리는 눈을 보고 깜짝 놀라 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찰나처럼 짧은 순간 내리다 사라졌다. 얼굴에 몇 방울의 눈을 맞았을 뿐이다.
눈을 맞으니, 반가웠다.
겨울에는 눈이 춥기만 하더니, 봄에 눈을 맞으니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찔끔 내리더니, 눈은 사라져 버렸다. 쌓이지 않으니 흔적도 없다. 내리는 순간에만 보인다.
또 눈이 내리는 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창 밖을 자주 내다보게 된다.
'오는 봄에, 가는 겨울이 겹치는 날'
마음이 간지러운 봄날에 일요일 정오에 카페에 앉아있으면서도 여기에 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자꾸 일어난다. 왠지 '여기에 있을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간지럼을 탄다. 간지러움은 올라오기 직전의 용수철처럼 뭔가 탱탱하게 행동하기 직전의 마음 상태이다. 가만히 있는 몸을 내몰고 다그치는 상태인 것이다.
마음이 간지러워야 몸이 마음 하자는 대로 따른다.
지금 마음에 들어앉은 간지러움의 정체는 '훌쩍 떠나서 바닷가를 걷고 싶다'이다. 겨울 바다를 보고 싶은 마음에 학교 퇴근길에 한강 공원에 가서 강바람이라도 쐬고 왔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다.
마음이 간지러운 날에는 발바닥도 간지럼을 탄다.
바닷가 모래를 밟으면 발바닥이 간지럽다. 그때는 마음의 간지러움이 멈출 것이다.
오늘은 마음의 간지러움만 느끼는 것으로 끝내기로 한다. 발바닥까지 따라갈 수 없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해서는 몸이 안 따라오는 것을 알기에 멈춰있는 일요일의 오늘이다.
일상의 뭘 해도 마음이 떠있다. 하나씩 소중한 일상이 단조로움의 이름으로 무료함을 가져다준다. 방바닥에서 뒹굴고, 마음껏 책을 펼쳐도 왠지 재미가 없다. 마음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발바닥이 간지러운데, 그냥 내려앉혀 놓으니, 자꾸 저항한다. 마음을 끌어내리든지, 몸이 떠나든지...
이 순간에 나는 나이를 느낀다. 몸이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는 후폭풍처럼 피로와 노곤함이 기쁨을 삼키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봄을 많이 기다렸다. 봄이 왔는데, 눈이 내리는 봄에 가버린 겨울이 아쉬워 자꾸 겨울을 돌아본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마음이 쓰인다. 지나온 자리, 살아온 날, 흘려보낸 마음, 스쳐간 사람들..
다시 돌려낼 수 없는 것들이다.
살아온 날들이 모두 좋았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좋았다고 여겨진다.
봄에도 추운 겨울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겨울에는 많이 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노란 개나리 꽃 위에 날리는 눈발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교차한다. 봄 가운데 겨울이..
영원한 모순!
몸은 여기 있고, 마음은 멀리 있다.
마음으로 멀리 떠나고 몸은 나를 가둔다.
기다렸는데 봄이 막상 오니, 가는 겨울을 떠올리면서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 이런가?
박보검, 아이유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폭싹 속았수다' 인생드라마에 꽂혀 정주행으로 시청했다.
모든 대사들이 인생을 말해준다.
유독 '뭐가 이래~~' 짧은 대사가 자꾸 맴돈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사연 속에서 주인공들은 자주 엉엉 울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름다운 꽃길을 절대 살아갈 수 없다. 살아보면 '뭐가 이래'라는 말이 나온다. 뭐가 이래.. 이렇게 말하면서 자주 울게 된다. 상황을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때 나오는 표현이다. 그렇지만 살아갈 수밖에 없을 때, '뭐가 이래~~'말하게 된다.
봄바람이 불어오면
눈물도 사랑하게 되는
꽃피는 봄날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봄날”이라며
겨울눈이 잠시 내리면서
마음을 간지럽힌다.
지상에 왔다가 간 흔적이 없어도
봄날 사과 꽃잎 흩날리듯
겨울 눈이 사랑으로 다녀간 날
지금 살아가는
모든 날이 봄이라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겨울 눈이 찾아왔다.
'뭐가 이래' 외롭고 슬픈 마음에
따뜻하게 뺨을 스치면서
봄바람으로 다가와
새 잎을 피워낸다.
지금 살아가는 날,
‘폭싹 속았수다’이지만,
모든 날이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