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연구가 Sep 09. 2024

안정감이 든다는 핑계로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작아진 나의 세상

  생각해 보면 나는 화장실을 이용할 때나 머리를 말릴 때 등 손에서 핸드폰을 달고 살진 않았다. 어느샌가부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는 것이 유튜브 세상일 줄이야. 나도 부정하고 싶다. 더 재미난 것을 갈구하며 웃긴 영상에 중독된 나를 절대적으로 부정하고 싶다. 내 눈과 생각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어 하루종일 핸드폰만 생각하는 걸 보니, 이젠 정말 이 작은 세상에서 떨어져 가볍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작은 세상에 갇혀 살다 보니 생각보다 내 일상의 일부가 없어진 듯 답답해지고 있다. 마치 빠르고 쉽게 얻는 지식과 내 삶 일부를 맞바꾼 느낌이 든다.


하루 일과는 단조로운듯하며 정해진 일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끊임없이 분주하고 예측하지 못한 것에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갉아먹히거나 깨지며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일상 중 나는 안정감을 찾기 위해 내 손에 핸드폰을 쥐게 되었다. 내가 당장 보고 싶거나 듣고 싶은 영상으로 도피하여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단단하고 특별한 내 세상이 생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쯤 편협한 사고가 자라났고 시각에는 한계점이 생겼다. 


누군가가 말하는 이러쿵저러쿵에 예전에는 정해진 답 없이 듣고 답했다면, 작은 세상 속에 갇힌 요즘엔 내가 보고 들은 것이 답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단순히 책을 읽어서 생기는 시각과 사고와는 달리 영상이란 매체를 통해 내가 접한 정보, 지식들은 마치 나에겐 정답과도 같았다. 답이 정해진 세상 속에서 난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고 내가 세상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줄도 몰랐다. 자기 전 다이어리를 쓰는 시간은 줄어가고 손에 핸드폰을 쥐는 시간은 날로 늘어갔다. 


어느 날 난 내 주변에 자라나고 있는 초, 중, 고 새싹들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그 친구들과 최근 유행하는 밈, 짤, 쇼츠, 릴스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데 내가 한 번쯤은 보고 들었던 내용이었다. 갑자기 확 그 친구들과 가까운 느낌이 들었고 세대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깨달았다. 그 작은 스마트폰 세상 속으로 들어가 난 안주하며 살고 있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의 손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