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낀 공포의 감정

나이를 먹으며 이런 느낌은 종종 닥쳐온다.

by 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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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Yes24 감성에세이 13위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마흔의 나를 일곱 살의 나와 여든 살의 내가 위로하는 책입니다.

힘든 이 시기를 책과 함께 슬기롭게 해쳐나가시길 바랍니다. > - by 글서 -




어린 시절의 나


유치원을 졸업하고, 이제 막 운동장을 따라 쭉 걷던 화단이 익숙해질 무렵 낯선 학교로 전학을 갔다. 내 인생의 가장 무서운 선생님을 만난 것은 이때였다.

전학 첫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남자 선생님은 깡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무섭다.


수업 시간에 짝꿍에게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떠드는 놈 나오라며, 전학 첫날부터 떠든다고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일곱 살의 나는 교실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았다. 생애 처음 공개적으로 겪는 당황스러움과 수치심에 얼어버린다.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


사실, 소변은 아까부터 급했다. 전학 첫날이라 화장실을 늦게 찾아 줄을 서있다가 종이 치는 바람에 그냥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 그냥그냥 참을 만하던 것이 긴장하니 갑자기 무척 급해져 버린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데…. ’

교실 한가운데 마룻바닥이 젖기 시작한다. 그렇게 소리 질러대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기억 속의 나는 사진처럼 그 장면에서 멈춰있다.


마흔 살인 나도 그 교실 한가운데 앉아본다. 일곱 살 내가 느낀 공포의 감정을 마흔인 내게 고스란히 옮겨본다.


오줌을 싸서 당황스러운 마음과 선생님의 무서운 공포의 느낌을 마흔인 나도 오롯이 느껴본다. 그렇게 가장 공포스런 순간이 지나고, 교실 문이 열리고 엄마가 들어오신다. 그 시간을 현명하게 잘 견뎌냈다고 엄마의 따뜻한 손이 일곱 살의 나를 쓰담쓰담 토닥인다.




과거의 두려움과

현재의 두려움을

충분히 느껴 보자.


감정은 충분히 느끼고 나면

전에는

몰랐던 답을 주기도 한다.





현재의 나


본의 아니게 아동기 시절 저질러버린 노상방뇨 아닌 노상방뇨 사건 두 개를 모두 이 책에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수치심과 공포를 강하게 느꼈던 적이 떠오르지 않는다. 거짓말처럼 그때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소변을 마룻바닥에 지리고, 엄마가 날 데리러 올 때까지의 시간은 편집되었다.

울고 싶어질 무렵이었던가, 아니면 울고 난 직후였던가? 엄마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의 뒷모습만 기억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내 손을 꼭 잡은 엄마의 손은 참 따뜻했다.


3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당시의 내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충격이었다. 그 당시의 공포스런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이를 먹으며 이런 느낌은 종종 내게 닥쳐 왔다.


경험하는 당시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너무나 버거운 충격적인 일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그 공포를 다시 경험하게 한다.

중학교 때 아픈 줄도 몰랐던 같은 반 친구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을 때도, 대학 때 동생이 신장이 아파 군대 면제 판정을 받았을 때도,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넘어져 이마가 뭉개져 피를 흘리며 왔을 때도…. 병원으로 아이를 안고 뛰어가는 내 가슴은 어린 시절 느꼈던 공포의 느낌으로 넘쳤다.

당신에게 만약 지금이 그 시간이라면,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충분히 가슴 깊이 느끼자. 무서운 마음, 당황스러운 마음, 속상한 마음 한켠 한켠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내 마음을 보듬는 일이다.


깊이 있게 마음을 느끼고 시간이 충분히 흐른다.


그러고 나면, 해어진 가슴 사이로 그다음 해야 할 일이 떠오를 것이다. 충분히 느끼고 나야 정신이 돌아올 것이다.



죽을 것 같은 공포는 자기장애


자기장애(Self Disorders)는 자기가 응집력, 활기 또는 조화로움을 확립하는 데 실패했거나 이런 요소들이 확립된 후에 상실되었음을 말한다.

자기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감과 상실감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그리고 느끼는 과정의 내 마음에 공감해준다.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하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건강한 자기로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