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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 Oct 08. 2022

이직 적응의 비밀병기

대기업 프로 용병기


고연차 대기업 이직러로서, 적응이 어려웠던 이전 회사와 지금 회사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이제는 항상 소지하고 있는 마음속 봇짐이 어디든 여행자의 기분으로 즐겁게 일하게 해주고 또 어떤 실망감에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바탕입니다.



첫 이직했던 첫날이 기억납니다. 항상 출퇴근 하던 을지로 번화가가 아니라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조금 한가로운 듯한 지역 양재 였습니다. 출근 한시간 전 도착해서 사옥 뒤에 있는 커피숍에 앉아 동네의 분위기를 만끽하며 다른 회사에 왔구나를 실감했습니다. 이전에 있던 회사를 생각하며 여기서 생을 마감함다는 평생직장러의 자세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속 이사짐 풀고 목숨까진 아니더라도 나의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으며 진을 쳤는데 얼마가지않아서 스스로 여기까지라는 결론이 났을때의 허탈함과 충격은 엄청 났습니다. 그렇게 다른 곳으로의 이직을 준비할 마음의 여유도 없이 저는 회사에 퇴사를 말씀드리고 다시 짐을 쌌습니다.



그런데 프로 용병의 마음으로 봇짐 하나 덜렁매고 언제든 이게 아니면 도망간다 생각으로 들어온 지금 회사의 첫날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사실 직책도 맞지 않는것 같고 회사 이미지도 큰 기대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첫날 그래도 예의상 20분전에는 도착해서 바로 입사 교육을 듣고 무심하게 첫날을 시작했었습니다. 기대가 워낙 적어서 였을까 사람들도 편하고 일에서도 거대한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하지만 조급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은것 같습니다. 제 마음에 편하니 만나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느껴지는지 편하게 마음을 열어 주셔서 많은 인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밌는것은 노병들 중심이지만 봇짐 매고 계시는 분들을 많이 알게 된다는 점입니다. 왜 이곳에 있고 어디를 가시려고 계획 중이신지 편하게 공유하게 되어 재미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이곳에서 인연으로 만난 것일뿐 각자의 방향으로 착착 가고 있음을, 우리가 언젠가 헤어질 예정이니 지금 더 재미있게 지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됩니다.


또한  와중에 계획없이 하루하루 일꾼으로만 지낸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다시 봇짐을 고쳐 매고 어딘가 가야할곳이 있나 내가 정착할 비옥한 곳은 없나 두리번 거립니다. 그동안 한번도 스스로의 커리어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저는 이렇게 봇짐매고 일하며 몇개월만에 커리어를 확장시킬 넥스트 스텝 목표를 두개나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컨설팅업계로 제가 일해온 데이터 분야의  넓은 경험들을 녹여낼  있는 좋은 터전을 발견했습니다. 실무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경험, 기획, 운영경험이 많은 제가 그래도  쓰일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해당 포지션에 지원해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대학원으로 이곳을 거치면 그동안 조금 자신없던 헤진 봇짐을 업그레이드 가능하겠다 싶어 없던 학구열이 생겼습니다. 그동안은 공부는 싫어했는데 말이죠. 두가지 방향으로 가게되면  이후 아마도 봇짐이  가벼워 훨훨 기분좋게 다닐  있을  같습니다.



아무튼 앞으로의 회사는 점점 더 유목민의 비율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흐름을 거부하기 보다는 봇짐을 싸두세요. 더 오래 정착하는 것은 선택으로 언제든 가능합니다. 단 벼락이 내리거나 장마가 올 수 있으므로 언제든 비옥한 땅을 물색하며 마음으로는 이동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 마음속 봇짐하나 들고 홀홀히 갈 수 있게요.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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