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3)
세금이 많이 오르려나 보다.
연일 압박을 하네.
말투가 센 거 보니 조급한 일이 있나 보다.
은행 앱을 켰다.
신용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알아봤다.
세금을 내려고 대출을 준비한다.
대학교 3학년 때.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날도 아침을 먹으러 학교식당으로 향했다.
학교식당까지는 집에서 15분이 걸렸다.
식권을 사려는데 지갑에 돈이 없었다.
돈을 뽑으러 ATM을 찾았다.
이럴 수가. 생활비가 떨어졌다.
잔액이 만 원이 채 안 돼서 인출을 못한다.
원룸으로 돌아왔다. 15분이 걸렸다.
서랍에서 통장과 도장을 꺼냈다.
돈을 찾아서 밥을 꼭 사 먹어야겠다.
배가 고팠다.
은행도 학생회관 건물에 있었다.
다시 15분을 걸었다.
원래 상업은행이었는데 한빛은행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은행 문을 열었다.
토요일 아침이라서 창구가 한산했다.
출금전표에 인적사항을 적었다.
계좌번호, 생년월일, 이름을 차례대로 적었다.
잠시 멈췄다. 금액은 차마 못 쓰겠다.
일금 구천 원 (₩9,000)
종이 쪼가리를 들고 서있으니 창구 직원이 불렀다.
아까부터 눈이 계속 마주친 그 직원이었다.
나와는 나이차도 별로 나 보이지 않았다.
통장과 신분증, 그리고 출금전표를 건넸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옆에 앉은 직원도 우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천 원짜리 네 장, 오천 원짜리 한 장을 받았다.
아무 일도 없는 척, 태연한 척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귀가 빨개졌다.
숙덕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분명히 들렸다.
담배를 피웠다.
평소에는 밥을 먹고 담배를 피웠는데
그날은 담배가 무척 당겼다.
아침을 먹었다. 1,500원짜리 백반이었다.
자판기 커피도 마셨다. 200원쯤 했다.
배가 불렀다.
점심도 해결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따 서울 사는 친구한테 돈 좀 빌려야겠다.'
대출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은행 앱을 닫고 부동산 앱을 열었다.
25년간 키워낸 녀석들이다. 아끼고 아껴서.
주식 앱도 켜봤다.
중동 전쟁 때문에 많이 빠졌다. 또 오르겠지.
오늘도 아침은 생략했다.
간헐적 단식 중이라 요즘 몸이 가볍다.
세금은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지.
아니라고? 설마...
그래도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