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었으며 거대한 두 명의 사람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기꺼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부르게 했다. 나는 그들로부터 피와 살을 물려받았고, 그들의 돈과 시간을 통해 자라왔다. 그들은 나에게 돈과 시간을 기꺼이 주었으며 나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린 나는 부모의 거대함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들이 나를 대신하여 맞대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가혹한 곳인지 몰랐으며 단지 혈육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인 양육이 얼마나 그들에게 버거운 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나와 맞대고 있지 않는 그들의 한 모습은 거친 세상에 내몰려있다. 노동을 하고 돈을 벌며, 사람을 만나는 곳이다. 계산적이었고, 조건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들은 그러한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내가 충분히 세상으로부터 견뎌낼 수 있는 시간을 벌고자 했다.
그럼에도 부모란 존재 역시 내가 될 수 없다. 나의 죄를 그들이 대신 감당하는 것은 부조리이며, 그들의 무게를 내가 느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존재와 존재 사이의 문제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존재와 존재란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나를 만들고, 나를 기르며, 나의 지그을 가능케한 존재다. 그들의 죄는 나를 낳을 것이며, 나의 죄는 그들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다.
어머니의 뱃 속으로 부터 나온 이후의 모든 것은 나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구속받고, 그들은 나로인해 구속되어진다. 얼마나 부조리한 관계인가? 이러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실존이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
탄생한 생명, 나의 삶을 강탈해간 존재. 그 것이 자식이란 존재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을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이 존재케 했으며, 그들 부모란 존재의 발현이자 이유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설명되지 않는 그런 부조리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