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결과가 잘 보이지 않을 때
이리저리 애써보았는데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가?
나름대로 노력한 것은 확실한데 그동안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진전이 없어 보이진 않는지?
그런데 우리는 대체로 이 말을, 뭔가를 얻거나 받았으면 그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뜻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노력, 시간, 고뇌, 실망 등의 에너지 자원을 투입했다면 그것이 어디론가 뿅 하고 사라질 리는 없다. 우리에게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바뀔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법칙의 원리처럼 말이다.
소모한 에너지가 만든 결과물이 겉으로는 잘 보이진 않더라도 내면 깊은 곳에 분명히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노력의 방식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떠나서 고뇌와 애씀의 시간은 일종의 에너지 소모이고, 소비된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에너지 소비가 긍정적 결과로 누적된다는 것은 충분히 참이라 믿을 만한 명제다. 수없이 많은 사례가 주변에, 역사 속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중한 원리를 타인의 사례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는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잘 생각해 보자. 남이 아닌 자신의 역사 속에서도 분명히 작은 사례 하나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의미 없는 고생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삶의 큰 무기가 된 경험, 진척이 보이지 않음에도 꾸준함 하나로 지속해 온 루틴이 어느 순간 본인의 강점이 된 걸 인지한 사례. 누구나 이런 역사가 하나쯤은 있다.
나의 경우에도 여러 사례를 경험했다.
고3 시절, 내신 시험 문제를 특정 문제집에서 그대로 내겠다는 학교 방침이 있었다. 그런데 수능 공부를 계획대로 하기도 벅찼던 나는, 진짜 공부가 아닌 문제 외우는 데에 시간을 쓸 바에 내신 시험 0점을 맞더라도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남들보다 수능 준비 진척도가 뒤쳐졌기에 정해진 루틴대로 꾸준히 공부했지만 발전이 보이지 않았다. 점수가 오르기는커녕, 포기한 내신 시험 결과가 10점, 20점 등으로 나오는 것만 목격할 뿐이었다.
그러나 꾸준하고 진실된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비슷한 성적대였던 친구들보다 수능 결과가 좋았고,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아니, 40대가 된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영어 실력 자체보다는 빠른 결과를 더 크게 원한다. 영어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고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현실이다.
나는 빠르게 영어 성적을 얻어내는 것보다는 오래 걸리더라도 실력을 다지는 것을 택했다. 껍데기가 아닌 진짜 영어 실력을 위한 여정을 10년 이상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는 또래보다 앞선 실력을 가졌다고 자신한다. 이 과정에서 영어 실력 증진의 징후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직장 생활은 말해 무엇하랴.
많은 동료들이 상사에 대한 사바사바에다 마음도 없는 정치 행위를 할 때, 나는 그저 묵묵히 내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했다. 붙임성 있는 행동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라, 즉각적인 보상이 없음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주변의 인정과 연봉 상승이라는 결과가 주어지기까지 짧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다. 내 노력이 아지랑이처럼 사라져 버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현재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눈물 날 정도로 힘들다면,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주자.
어떻게 보면, 진실된 노력과 고생이 그대로 증발해 버릴 거라 믿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