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내가 호주로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아시아인, 특히 동양 여자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외모는 영화 미녀 삼총사의 주인공 중 하나인 ‘루시 리우’ 였다. 참고로 그 영화는 2000년도에 첫 시리즈가 개봉했다. 우리가 서양 문화와 친하지 않았을 때, 서양인의 모습을 떠오르면 다 똑같이 움푹 패어진 눈과 큰 코를 생각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대학교 기숙사에 삼성 TV 와 LG 전자레인지는 있어도 이 브랜드가 한국 것인지는 다들 몰랐다. 심지어 몇몇 외국인은 아직도 한국을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폐허 된 곳으로만 알고 있길래, 내가 광화문과 강남의 건물 사진으로 한국의 화려함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쳤다. 서양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호주에서도 길거리에서 말춤 추는 사람을 보았고, 나보고 싸이를 아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대히트를 친 마카레나처럼, 싸이의 말춤이 대유행을 했어도 그 관심이 본 나라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나는 어렸을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좋아했는데, 너무 좋아하다 보니 노래를 따라하는 것은 물론 영어에도 급관심이 생기게 되어 공부하고 막연하게 언젠가는 미국 여행을 꼭 가고 싶다고 다짐도 했었다. 이렇듯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아예 없거나 모르는 외국인이 태반이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코로나19가 터지기 바로 직전, 미국 출장을 갔는데 공항에서 한 미국 중년 여성분이 나의 대한민국 여권을 보고 본인의 딸이 BTS 팬이라며 정말 반갑다고 다가와 먼저 인사를 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시댁인 헝가리에 갔더니 10대 여학생들이 블랙핑크 노래를 듣고 그들의 패션과 화장법도 궁금해했다. 이렇게 내가 그동안 뉴스를 통해 보기만 했던 한류의 영향을 직접 겪어보니 매우 신기했다.
더불어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미디어를 보면 외국인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2014년 JTBC에서 각각 다른 국적을 가지고 한국에서 거주 중인 외국 남성들이 모여 당시 한국 사회의 이슈가 되는 한 안건으로 토론을 하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그때 나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였는데, 한국에 외국인이 이렇게 많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심지어 그 패널들은 한국어도 수준급으로 구사했고 그 중에는 한국여성과 결혼을 한 외국 남성들도 있었다. 나의 친한 친구도 국제결혼을 했기에, 이제 결혼에도 한류 열풍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의 비중은 7.6% 이며 이 중 한국 여성의 국제 결혼 비중은 18.7% 라고 한다.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학급 당 다문화 가정은 거의 찾기가 힘들었는데,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은 16만 56명으로 전체 학생 중 3%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국도 서서히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고 이제 다문화 가정이 특별한 것이 아닌 싱글맘, 싱글대디 등처럼 한 가정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여담으로 당연히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보는 눈은 비슷하다. 한국 대중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우리 남편과 남편의 외국 친구들도 예쁘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이 없었기에, 동양 여자는 다 루시 리우처럼 생긴 줄 알았을 뿐. 이제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또한 외국 남자 사람 친구들에게 어떤 여자 친구와 사귀고 싶은 지 물어보니 외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매력이라고 한다. 외국 남자들이 한국의 미를 인지했다. 국제결혼에 관심이 있고 또한 하고 싶다면 이제 우리의 매력을 발산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