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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리 Feb 03. 2023

두 번의 결혼식: 헝가리편 위주

와인 한 병 때리고 새벽 2시까지 파티

우리는 국제커플로 결혼식을 총 두 번했다. 한 번은 한국에서 다른 한 번은 남편의 나라인 헝가리에서. 한국에서는 대부분 내가 도맡아 준비하고, 헝가리는 시부모님과 남편이 준비했는데 특히 시부모님께서 감사하게도 모두 알아서 준비를 해주셨다. 사실 우리 시부모님은 센스가 엄청 좋으신 편으로 전적으로 믿음이 갔다. 그리고 우리 시누이가 이미 결혼을 했기에, 경력자이시기도 하니 신뢰가 배가 되었다.


아래는 우리 시부모님 정원의 일부분으로, 나는 단언컨대 이 동네에서 시부모님 집이 제일 예쁘다고 본다!

   

한국은 알다시피 1시간 내에 본식이 끝나는 공장형(?) 결혼식으로 진행했다. 그 전 웨딩 촬영 준비부터 드레스, 헤어, 메이크업 선택까지, 나는 운이 좋게 정말 좋은 웨딩 플래너님을 만나 재밌게 준비했다. 작년 초에 해외 입국자들의 자가격리가 해제된다는 발표를 듣자마자 결혼식 장소 예약하고 그 후로 후딱했는데 그 기간이 5개월이었다. 준비하면서 정신이 없긴 했지만 성질 급한 나에게, 5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한 것이 딱 적당하고 좋았다.


이렇게 한국의 결혼식을 먼저하고 약 한 달뒤, 헝가리에서도 결혼식을 했다. 헝가리 결혼식은 오후 4시쯤 시작한다. 참고로 한국에 비해 일반적으로 스몰웨딩이자 셀프웨딩으로 진행한다. 결혼식에 쓰일 꽃부터 자리배치, 음식 선택까지 모두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식 하객은 가까운 가족(사촌까지)과 부모님과 신랑, 신부의 친한 친구들만 초대한다. 우리 커플의 경우, 내가 헝가리에 지인이 없기에 더 스몰웨딩으로 진행했고 하객이 총 70명 정도였다.


그리고 결혼식장에 신랑은 신랑 어머니와 입장, 신부는 신부 아버지와 입장한다.

남편의 옛 회사의 동료 분(위 사진의 왼쪽)이 사회를 봐주셨다. 사회자가 우리의 전체 결혼 파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것으로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하시고 재밌게 진행해주셨다. 예능 프로의 MC 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시누이 부부가 우리 결혼의 증인이 되어 주었다.


모래 세레모니

성질 급한 나의 핑크색 모래가 압도적으로 밑에 깔렸다ㅋㅋ



주례 의식이 끝나면 결혼식에 와준 하객과 한 명씩 모두 인사를 나눈다. 우리 결혼식을 위해 약 이틀의 시간을 들일 생각으로, 먼 곳까지 와준 것이 너무너무 고마웠다.


하객과 인사가 모두 끝나면 호텔 로비 밖에서 부케를 던졌다! 여자 어린이들이 본인들도 부케를 받기 위해 손을 뻗기도 했다ㅎㅎ


중요한(?) 의식으로 빵을 신랑과 신부가 양쪽에서 잡고 당긴다. 더 많이 빵을 뜯은 쪽이 앞으로 결혼 생활에 주도권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결과는 내가 훨씬 많이 뜯기는 했는데… 글쎄?ㅋㅋ


본격적으로 결혼 파티가 진행될 홀로 이동해서 저녁을 먹는다.

남편이 테이블마다 서울, 대전, 부산 등 우리나라 도시 이름을 각각 붙여주었다.



'헝가리 최수종'인 우리 시아버지의 감동적인 축사도 있었다. 남편이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노래도 부르시고,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헝가리 결혼식에서는 무조건 신랑, 신부가 춤을 춰야한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4곡 정도 이렇게 신랑과 신부 둘만 꼭 춰야한다. 나 참고로 음치, 박치, 몸치인데 그 말을 들은 몇 일전부터 걱정이 한가득되었다. 그리고 춤 출 생각에 저녁도 거의 못 먹었다ㅠㅠ 고민 끝에 에라 모르겠다고 와인 한 병 때려마시고 춤을 추었다. (사실 춤이라고 할 수 없고 막춤에 가까운..ㅎㅎ) 결론은 술기운으로 재밌게 즐겼다.

  

신랑 친구부터 시부모님, 내가 정말 사랑하는 지금은 너무 그리운 시외할아버지, 우리 시누이의 시아버지 등 거의 모든 사람과 춤을 추었다.

노는거에 진심인 우리 남편
인형같은 애기들ㅎㅎ

또 신기한 것은 헝가리 어린 아이들도 결혼식 밤 늦게까지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하기에 어른이 되어서 결혼식을 밤 늦게까지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헝가리만의 결혼식 시그니처가 있는데, 밤 12시가 되면 신부는 빨간 원피스, 신랑은 빨간색 와이셔츠로 갈아 입는다. 그러면 하객들이 따로 마련해 둔 통에 돈을 내고 신부와 춤을 춘다.

이후 새벽 2시까지 밴드 노래에 맞춰 춤추고 노는 시간이 이어진다. 그리고 체력 보충을 위해 중간중간 음식을 계속 먹는다^^


헝가리는 결혼식 기념으로 이름과 날짜가 새겨진 쿠키를 만든다. 집에 기념으로 몇 개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에서 웨딩 촬영한 사진으로 하객들에게 줄 선물 박스를 만들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의 헝가리 결혼식 파티는, 집순이인 내가 춤도 원없이 춰보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이 덕분에 결혼식에 대한 여한은 절대 없을 것이다ㅎㅎ



참고로 나와 우리 엄마를 너무 놀라게 했던 내 화장...ㅋㅋㅋ 현지 메이크업해 주시는 분께 한국 결혼식 메이크업을 보여 드리긴 했는데, 되게 이국적으로 만들어 주셨다. 생각해보면 또 내가 언제 이런 화장을 해볼까? 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헝가리 웨딩 드레스샵에서는 따로 악세사리나 구두를 대여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정말 귀여우신 우리 시할머니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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