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식욕이 정말 없었다. 특히 그 때는 한 숟가락 먹고 '안 먹을래' 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요리 잘하는 엄마의 속을 엄청 썩였다. 지금은 없어서 못 먹고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인데 어렸을 때 정말 왜 그랬니! 그래서 육아 예능을 보거나 친한 언니의 밥을 잘 먹는 아기를 보면 정말 신기하고 기특(?)하다는 생각까지 한다.
아무튼 요새는 완전 잘 먹는 나. 먹기 위해 사는 나. 사는게 뭐 있냐 먹어야지 생각하는 나인데, 고쳐야할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밥은 나름 천천히 먹는데, 과자나 초콜릿 등 디저트는 내가 허겁지겁 먹는 경향이 있다. 특히 초콜릿이나 젤리 같은 경우 몇 알 남아 있는 꼴을 못본다. 과자는 한봉지를 뜯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을 내야하는 성격인데, 반면에 남편은 그릇에 조금씩 덜어 몇 일씩 나누어 먹는 스타일이다.
내가 내 최애 오징어집 과자를 봉지째 들고 먹고 있으면 조용히 과자를 담아 먹을 그릇을 내민다. 뜨끔한 나는 "나 너무 돼지같이 먹었어?" 하면 "아니야, 그냥 그릇에 담아 먹으면 편하지" 라고 말해줬지만, 아차 싶어서 내 자신을 반성했다. 아마 아래 사진과 비슷한 모양새일 듯하다. (윤두준씨 미안해요ㅠㅠ 팬이에요!!)
최근에 정말 맛있는 일본 과자를 선물로 받았다. 솔직히 이 과자 마음 먹으면 10초 컷. 입에 넣는 순간 화가 사라지는 맛이다. (쿠크다스보다 좀 더 부드러운 맛같다) 그래서 맛있다며 남편과 함께 한 개씩 먹었는데, 또 습관처럼 와구와구 먹어댄 것... 원래 몇 일씩 나누어 먹는 남편도 잘 먹길래 내가 "여보도 이거 맛있지? 막 계속 먹게 된다" 라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남편이 "지금 내가 안 먹으면 여보가 다 먹을 것 같아서 나도 먹어야 겠어" 라고 한 것.
또 찔린 나는 "미안해. 내가 너무 막 먹었지" 라고 말하니 남편은 "아니야, 맛있게 잘 먹으면 좋은거지" 라고 말해준다. 결혼은 이렇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