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아버지가 된다는 건 연애를 하는 것과 결혼을 하는 것, 사업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모든 것은 책임질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 책임이 뒤따를 것을 선택하기 전에 모르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성공하지 않을까?” , “나는 왠지 잘 될 것 같은데?”같은 호기로운 마음으로 저질러 버린다는 점에서 닮았다.
아이를 낳고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어떤 면에서 그러한지 알겠다. 어른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다. 단지 살아가며 책임질 일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실감 나게 알고 있다는 것이고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대책 없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 회피하지 못한다는 것. 책임에 대해서만큼은 감정이 아닌 머리로 판단한다는 것. 그래서 책임이 주렁주렁 달린 삶을 별 일 없다는 듯이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어찌 됐건 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해 어느 정도의 행복과 자랑스러움, 뿌듯함, 부담감과 피로를 동시에 느끼며 산다. 어른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외모와 마음, 고집 등 누가 봐도 이미 어른의 조건을 이미 100% 갖춰버렸다.
하지만 나를 뼈속까지 아는 사람들은 안다. 내가 얼마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하는지. 한 번씩 일부러 아이처럼 행동하면서 눈치를 본다는 것도 알고, 그 연기에 맞춰서 적절한 위로를 해주는 법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그거면 된다. 아이인 척하는 순간마다 “그런 면도 있었네?”, “그런 것도 나름 어울려.”, “낭만적이고 멋진데?”라는 격려와 위로. 아이인 나에게 하는 말이니 그게 진심이든 아니든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단지 어른으로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으면 그뿐. 그리고 그런 위로를 건네는 사람을 위해 어른으로서의 도리를 다해가는 것뿐.